[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흥국생명이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중소형 보험사 중 처음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중소형사의 대안으로 신종자본증권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이 30년 만기 영구채 5억달러(약 5560억원) 발행을 위해 지난 2일 시행한 수요예측 결과 글로벌 기관투자가 43곳이 7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냈다. 아시아(77%)와 유럽(23%) 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보였다.
특히 이번 글로벌 영구채 금리는 연 4.475%로 결정됐다. 흥국생명이 애초 희망한 수준(연 4.625%)보다 0.15%포인트 낮다.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리는 연 3.9%대로 한화생명이 4월 발행한 원화 영구채 금리(연 4.582%)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의 글로벌 신용등급이 무디스 기준 'Baa3'로 낮아 5% 이상의 높은 금리는 물론 수요예측 흥행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낮은 금리는 물론 2억달러 초과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성공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중소형사의 신종자본증권 해외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의 증자 방법은 대주주증자,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크게 세 가지다. 대주주증자는 이자 등 금융비용이 필요하지 않아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중소형보험사는 현재 수백억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 대주주증자를 기대하기 힘들다.
후순위채는 기본자본의 50% 한도 내에서만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잔존 만기 5년차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액이 차감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발행하면 전액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아 잔존만기에 상관없이 전액 자본인정된다.
현재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는 KDB생명, 현대라이프, MG손해보험 등으로 후순위채는 한도 문제가 있어 발행이 어려우며 대주주증자 역시 이미 몇차례 진행돼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성공이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RBC비율이 일정 기준으로 떨어진 경우에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가능했지만 금융위가 선제적 자본확충 때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보험업법을 수정했다"며 "보험업법 변경과 흥국생명의 성공으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신종자본증권 해외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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