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과 관련된 핵심 피의자를 연이어 소환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오는 6일 오전 10시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국정원 관계자, MBC 일부 임원과 결탁해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PD 수첩'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MBC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진과 진행자 교체, 방영 보류, 제작 중단 등의 불법 관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검찰에 압수된 본인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참여한 김 전 사장은 "부당 인사를 한 적은 없다"면서 "국정원 직원 관계자가 서류를 줬다고 하는데, 만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김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현 MBC C&I 사장) 등 당시 MBC 임원진 3명의 주거지, 현재 사무실과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은 그달 31일 김 전 사장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백 부사장과 이우용 전 MBC 라디오본부장을 조사했고,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MBC 방송 제작에 불법으로 관여하는 등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조사했다.
또 검찰은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조사도 앞두고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KBS 담당자가 2009년 5월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라고 협조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고대영 사장을 상대로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신청서와 자금결산서를 확보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 행위가 뇌물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달 26일 고 사장을 수뢰후부정처사·국가정보원법 위반·방송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검찰은 이달 3일 성재호 KBS본부장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성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고 사장은 진실을 고백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공영방송 뉴스의 수장이 200만원을 받고 거래를 했다는 혐의는 정말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공영방송장악에 협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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