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구성하며 국내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혁신단은 당장 내년 초에 모범규준안을 제시하고 법제화에 들어간다는 방침으로 향후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3년간 운영되는 혁신단은 국장급 간부를 단장으로 그동안 금융정책국 내 금융제도팀에서 담당했던 금융그룹 통합감독 과제를 이관 받아 본격적인 제도시행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국제금융감독기구 협의회(Joint Forum)가 권고한 ‘금융그룹 감독원칙’ 주요내용의 국내 도입 작업을 추진한다.
혁신단은 ‘감독제도팀’과 ‘지배구조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감독제도팀은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제도화해 운영함으로써 금융그룹의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를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감독 정책에는 ▲국내 개별업법 규제와 국제기준의 차이 ▲국제적인 금융그룹 감독원칙 ▲국내의 특수한 금산결합 금융그룹 위험관리 등이 반영되는데, 이를 토대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및 법령 제정, 감독대상 금융그룹 지정 및 시범운영 등 금융그룹의 상시 위험관리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한다.
지배구조팀은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위험요인을 평가·반영함으로써 지배구조 개선과 금융업권간 규제차익 정비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평가기준과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매년 2∼3개 금융그룹을 종합 평가한다.
또 자본적정성 규제, 내부거래 규제, 위험집중 제한, 위기관리제도 등 업권 간 규제수준 형평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지배구조팀은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내부거래 규제 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법무부·공정위 등과의 협업 창구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법무부와는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등을, 공정위원회와는 그룹 내부거래 규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빠르면 이번 달, 늦어도 내년 1월 중에 통합감독 주요 추진과제 및 향후 일정을 포함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초에 모범규준안 마련 후 업계 의견수렴, 모범규준 및 감독대상 금융그룹 확정, 금융그룹별 준비(대표회사 선정, 위험관리체계 구축, 금융그룹별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 정책 수립) 등 제도시행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전 준비 완료 후 내년 하반기 중으로 모범규준에 따른 통합감독체계가 운영되며 2019년부터는 모범규준을 법제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혁신단 운영에 따라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이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근 금융권 인사에 대해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서 주위에 대안이 없다고 만들어놓고 자신이 혼자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또한 CEO로서 중대한 책임을 유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당국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혁신안이 도입으로 감독 대상이 되는 그룹사는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 동부, 미래에셋, 교보생명 등 7개 회사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 출범을 계기로 우리나라 금융규제 체계의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국내 금융산업 여건에 맞춰 금융그룹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의 개선과 시행이 한층 밀도 있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이 11일부터 운영되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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