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정부가 태양광·풍력발전 중심의 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재생에너지사업이 건설사들에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지만 당장 수익을 거두기 힘든 구조 때문에 꺼려하는 모습이다.
21일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 늘리는 등 총 110조원을 들여 재생에너지 설비를 크게 확충하겠다고 해 국내의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재생에너지사업을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사업은 매출로 인식될 수 있는 공사 비중이 낮은 편인 데다 실제 건설비도 200억원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대형사가 사업 참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묶음 발주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사업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 건설사 가운데 한화건설이 재생에너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신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등으로 관심이 집중된 해상풍력발전 관련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해상풍력은 발전 건설 과정의 특수비용이 다른 재생에너지 보다 더 커 건설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현재 전남 신안군 우이도 남동측 해역에서 400㎿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며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충에 나선 만큼 이번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해상풍력에 대한 전기사업 허가 기준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아 한화건설이 실제 사업에 착수하는데 애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친황경 에너지 정책은 대형사보다 오히려 중소·중견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는 사실 중견 건설 업체의 특화영역으로 큰 가치가 있지만 대형사의 먹거리는 아니라고 본다"며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발전 건설기술도 크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공사가 아니라서 웬만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견업체 이상이라면 신사업 추진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중견사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서희건설은 지난 7월 여주시·한국서부발전과 '여주시 유휴부지 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올해 추진한 여수 태양광 발전사업은 수도권 최대의 태양광발전단지로 조성된다"며 "현재 남해지역에서 해상풍력 발전 관련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월정리 앞바다에 있는 해상 풍력발전기.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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