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경영참여 본격화…3월 주총 '분수령'
사외이사 86% 임기 만료…혁신위, 노동이사제 도입 권고
KB노협, 주주제안 재상정…우리은행·국책은행 주주제안 검토
2018-01-04 13:52:21 2018-01-04 13:52:2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노동조합의 경영 참여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관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금융 공공기관부터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 데다, 우리은행 등 민간 은행 노조에서도 경영참여를 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또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지주사 사외이사의 86%가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주총회가 근로자 이사회 도입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KB금융,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노동자협의회(이하 KB노협)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주주제안을 재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KB노협은 작년 11월 우리사주조합 등으로부터 KB금융 주식 92만2586주(지분율 0.18%)를 위임받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주주제안서로 제출했다 불발된 바 있다.
 
금융권에 처음 시도된 KB금융의 주주제안 제도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일부로 참석해 목소리를 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등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대로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문재인정부 들어 친노동 정책의 일부인 ‘노동이사제’ 도입이 추진되고,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9.79%)이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의 뜻을 내비치면서 분위기는 점차 노조에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이다.
 
KB노협 관계자는 “(주주제안은) 근로자들이 회사의 중요한 이해당사자이자 생산의 주체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올 3월 정기 주총에는 국민연금의 의견을 반영해 대표이사 관여는 보장하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정관 개정안을 수정 제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외이사 안건은 6개월 이내에 동일한 인물을 재차 올릴 수 없다”며 “지주 독립성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사외이사로 올릴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KB노협이 주주제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노동이사제도는 여타 은행권에도 도미노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에서도 주주제안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경우 의결권 지분이 0.1%만 넘으면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사실상 대부분 금융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대표 금융지주의 우리사주 지분은 우리은행(000030)이 5.37%, 신한(005450)금융지주가 4.73%, 하나금융지주(086790)는 0.92%, 기업은행은 0.17% 수준이다.
여기에 금융권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손을 들 경우 사실상 대부분의 금융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욱이 신한·KB·하나·농협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24명(86%)이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노동이사제 도입도 가속화될 수 있다. 우리은행 노동조합 또한 지난 12월29일 공시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목적’에서 ‘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주제안’과 ‘우리사주제도에 의한 보유’로 변경했다.
 
작년 말 기준 우리사주조합의 보유주식은 5.37%(3630만주)로 7개 과점 주주 가운데 IMM PE(지분 6%)를 제외하고 가장 많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 위원장은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주제안을) 부의할 수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주사 전환이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이 먼저 이뤄지고 난 다음 주주제안을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혁신위에서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권고한 만큼,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에서도 노동이사제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기타공공기관은 개별 설치법을 두고 있어 이사 선임에 있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는다.
 
김대업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아직 근로자 대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근로이사제든 노동조합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든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이사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산은 노조 차원에서도 논의할 수 있지만 금융공공기관(국노협) 전체로 뜻을 모을 필요도 있다”며 “필요하다면 금융노조와도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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