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일양약품(007570)이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국산신약을 2012년 발매했지만 환자 처방량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약의 국산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작 환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신약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지 않으려면 글로벌 수준의 다양한 임상 데이터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최근 일양약품 '슈펙트'의 시판후조사 기간을 3년 간 300례(환자수) 이상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시판후조사란 신약 출시 후 4∼6년 동안 600∼3000례 환자에 대해 부작용, 안전성 등을 조사해 의무적으로 식약처에 보고하는 제도다. 다만 환자수가 부족한 품목 특성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조사대상자 수를 부여한다.
일양약품은 슈펙트를 2012년 발매했다. 시판후조사 기간은 2018년 1월4일까지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슈펙트가 희귀질환치료제여서 환자수 600례를 준수하기가 어렵다며 시판후조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슈펙트는 1년 동안(2016년 10월~2017년 10월) 처방 환자수가 166명에 불과했다. 매년 신규 발생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약 450여명(1차치료 약 400명, 2차치료 약 50명)으로 추정된다. 만성골수성백혈병 국내 환자는 3300여명으로 알려진다.
시판후조사 증례수 부진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글리벡이 현재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2차 약제(다른 치료제)가 많이 나온 상황에서 해외 데이터가 부족한 슈펙트를 선뜻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용해보면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다른 약보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진에게 신뢰를 주고 처방을 유도할 만한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중증 질환이어서 약물 선택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해 국산신약을 개발했지만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른 국산신약도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긴 마찬가지다. 1999년 국산신약 1호가 발매된 이후 현재까지 29호까지 발매됐다. 29호 국산신약 가운데 출시된 지 1년 정도된 제품을 제외하고 6개만이 지난해 기준 대형약물로 여겨지는 100억원을 넘어섰다. LG화학 당뇨치료제 '제미글로(557억원)'와 보령제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404억원)'가 가장 성공한 국산신약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신약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다국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제약업계 R&D가 진일보했다"며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신약으로서 낮은 혁신성과 처방을 유도할 근거자료 부족은 제약업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양약품이 지난해 12월 미국 애틀란타에서 개최된 59차 미국혈액학회에서 백혈병 신약 '슈펙트'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 사진제공=일양약품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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