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미국이 발표한 태양광·세탁기에 대해 발표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련해 "부당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며 이런 취지에서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할 계획"이라며 "WTO 제소 과정에서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현지시간으로 22일 삼성·LG 등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 권고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한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서는 TRQ(저율관세할당)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김 본부장은 WTO 회원국 사이의 분쟁을 조정했던 WTO 상소기구 재판관과 상소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번 제소에서 승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발동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업계는 그동안 세이프가드의 문제점과 부당함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에 적극 제기해 왔지만 미국은 국제규범보다 국내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한 조치를 결국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세이프가드 발동조건을 급격한 수입의 증가, 심각한 산업피해, 급격한 수입증가와 산업피해 간의 인과관계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LG전자의 세탁기는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제소업체의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 추이를 살펴볼 때 심각한 산업피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갑작스러운 수입 증가도 없었으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는 산업피해의 원인이 아니라고 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점 등은 WTO 협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과 LG 등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투자기업들에게 불이익을 가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수입 규제조치에 수차례 제소를 해 승소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2002년 철강 세이프가드, 2013년 세탁기 반덤핑, 2014년 유정용 강관 반덤핑 등 미국의 과도한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해 승소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응과 함께 정부는 보상 논의를 위해 미측에 양자협의도 요청할 예정이며, 보상이 결렬되면 양허정지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양허정지는 우리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무관세 또는 관세인하 조치를 철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강력한 맞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본부장은 "세이프가드와 관련된 WTO 분쟁은 반덤핑과 상계관세에 비해 양허정지 권한 등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부분을 적극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미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인사말을 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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