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보수적인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롯데그룹 내 첫 여성CEO가 된 선우영 롭스 대표의 경영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발탁한 첫 여성인재이자, 시장규모 2조원대를 앞두고 있는 H&B(헬스앤뷰티전문점) 사업을 책임지게 된 만큼 업계 안팎의 시선이 선우 대표와 롭스로 향하고 있다.
24일 롯데에 따르면, 지난 11일 단행된 정기인사를 통해 롭스의 새 수장이 된 선우영 신임 대표는 최근 회사 경영상황 파악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 입히기에 나섰다.
연세대 식생활학과를 졸업한 선우 대표는 1989년 대우전자에 입사한 뒤 1998년
롯데하이마트(071840) 전신인 하이마트로 옮겨 상품관리와 온라인 부문 업무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4년부터 하이마트 온라인부문장을 맡으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온라인몰 재구축, 모바일 앱 론칭 등 남다른 추진력을 발휘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특히 온·오프라인 결합형 매장인 옴니 채널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동빈 회장도 선우 대표의 능력을 계속 눈여겨 봐 왔다. 이로인해 그룹 내부에서도 선우 대표의 대표 발탁을 두고 "최첨단 기술을 모든 사업부분에 적용시켜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 방침이 반영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도 선우 대표의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여성 고객이 주를 이루는 H&B 시장 특성상 고객과의 소통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제 관심은 선 대표가 과연 신동빈 회장의 지지와 주변의 기대에 화답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규제 강화와 포화 상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모두 미래 먹거리로 H&B시장을 꼽고 있는 만큼 선우 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진 상황이다.
일단 취임 초기 경영상황은 희망적인 부분이 많다. 롭스는 9년이라는 업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2위 GS리테일의 왓슨스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왓슨스가 매장수 100개를 돌파하는 데 10년의 세월이 걸린 반면, 롭스는 론칭 5년차인 올해 100개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롭스는 올해 말까지 50여 곳 점포를 새로 출점할 계획이다. 지난해 8곳 확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6배 이상 높은 목표다. 또한 롯데쇼핑 유통계열사를 통해 입점하거나 제휴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선우 대표가 여성CEO로서 화장품과 같은 실생활에 밀접한 트렌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취임 초기엔 일단 자신이 강점을 보였던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롭스는 모바일버전을 제외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등을 통해 접근 가능한 온라인몰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CJ올리브영과 왓슨스와 대비되는 부분이자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에 선우 대표는 하이마트 온라인 판매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살려 롭스의 온라인몰 경쟁력 강화에 돌입할 전망이다. 온라인을 통한 새 판매 판로가 개척된다면 롭스의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우영 대표는 상품기획자(MD)로서 풍부한 경험을 가졌고 상품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숨은 욕구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면서 "책임감이 강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로 트렌드에 민감한 롭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선우 대표가 뛰어든 H&B 시장 규모는 5년 전 3000억원대에서 지난 2016년 1조2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는게 증권가 분석이다. 지난해에도 1조7000억대로, 전년대비 30% 이상 고성장하며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우영 롭스 대표. 사진/롯데쇼핑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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