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최저임금 인상이 한달을 넘긴 가운데 국민 소득을 올리자는 취지의 최저임금 인상은 되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서민들 속을 태우고 있다. 커피, 깁밥, 샌드위치 등 서민들 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도미노로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1.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표상으론 '저물가'라지만 서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계소득 정체, 외식물가 급등,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기름값 인상 등이 이어지고 있어 체감과 지표물가간 괴리를 축소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를 필두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은 줄이기 위한 무인결재시스템 도입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다만 정부의 눈치와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듯 대형업체들은 당장 고용을 줄이는 등의 액션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대형마트 등은 손님이 뜸한 시간대인 새벽시간 등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조치를 작년말부터 시행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일부 외식업체들은 올 초부터 조정된 최저임금을 명분으로 가격인상에 대거 나서고 했다.
우선 아르바이트 의존도가 높은 편의점 업계가 가장 분주하다. 현재 전국에 3만3000여개의 점포가 영업중인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부담 인건비가 1조원 이상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편의점 평균 하루 매출액을 180만원으로 산정했을 때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 영업이익은 기존보다 98만원(233만원→135만원), 영업이익률은 1.8%포인트(4.3%→2.5%)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주요 편의점 본사들도 점주들을 상대로 지원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GS25·CU와 같은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가맹점주 지원방안을 내놓으며 점주들의 폐업을 막기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형마트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최저임금 근로자는 안내데스크, 주차 담당 직원, 미화원, 캐셔 등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이 줄어들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 흐름이 향후 몇년간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대형마트도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홈플러스(89개점)와
이마트(139480)(3개점), 롯데마트(3개점) 등이 셀프 계산대를 마련해 운영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한 결제 시스템"이라며 "일단 테스트 운영해 본 후 계속 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에 드라이브를 건 시행 초기인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유통가와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주요 대상이다.
우선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량해고와 줄폐업이 우려되자 사업주에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마련했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풀어 과거 5년 평균 인상률을 넘는 인상분(16.4% 중 9%)을 사업주에게 지원해준다는 방침이다. 지원대상 근로자는 약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소상공인의 임금 지불 부담이 가중될 경우 가맹금과 납품단가를 조정하도록 하는 대책을 지난해부터 마련해 적극 시행중이다.
공정위는 우선 가맹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이 증가하면, 가맹본부에 가맹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표준가맹계약서를 마련했다. 개정된 계약서로 계약을 한 점주들은 계약기간 중이라도 가맹금에 대한 조정을 요청할 수 있으며, 본부측은 이같은 요청에 대해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이밖에 공정위는 가맹점주들이 올라간 인건비 부담을 덜도록 심야 영업시간 단축 요건도 완화했으며, 대형 유통업계 납품업체들의 납품가격에 인건비 인상분을 반영하는 대책도 세워 유통대기업들이 영세 납품업체들과 임금인상 부담을 나눠 짊어지도록 유도했다.
김유선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일부 물가인상 움직임은 모두 매번 연초에 결정되는 이슈들이다보니 별개의 요인들과 맞물려 그렇게 비춰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일부 고용 감소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방향적으로 옳은 정책이고, 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 지출 증대와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복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캐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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