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카카오(035720)가 올해 일본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본격적인 속도를 낸다. 지난달 해외에서 유치한 1조원 투자금을 일본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인수합병)에 쓸 계획이며, 기존 웹툰사업을 강화하고 음원과 게임 등 콘텐츠분야를 중심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5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첫 요충지를 일본시장으로 정하고 해외에서 유치한 1조원의 투자금을 현지 경쟁력 있는 업체와 M&A 등을 하기 위한 실탄으로 쓸 계획이다. 또한 경쟁력을 있는 기존 웹툰사업을 강화하고 음원, 게임 등 콘텐츠분야로 현지에 진출할 계획이다.
해외 유치는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겸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전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박 CSO는 지난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인수 때부터 담당했던 인수합병 전문가이다. 로엔 인수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유치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이번 해외 투자 유치도 박 CSO가 도맡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박 CSO는 이번 글로벌 인수합병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일본시장을 우선적으로 보고 M&A를 노리고 있는 것은 네이버 라인이 일본 진출에 성공해 큰 성과를 누리고 있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라인만큼의 경쟁력이 충분하고 음원과 게임 등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자신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과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진/카카오
박 CSO는 "올해는 일본사업 투자에 주력할 것"이라며 "연내에 음악과 게임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사업 강화를 위해 "콘텐츠 회사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양성한 사업모델로 승부수를 던져 일본 사업을 2년내에 지금의 3배 규모인 18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일본 현지 법인인 카카오재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일본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처럼 회사의 일상적 업무(상무)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이사회 안건 의결에 참여하는 등기이사다. 이번 선임으로 김 의장이 카카오재팬 경영에 직접 나서게 됐다. 그 만큼 일본시장을 중요시 여긴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한 카카오의 웹툰 콘텐츠 플랫폼인 픽코마는 일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책분야 매출에서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3분기 약 60억원의 매출 올린 것에 이어 4분기에는 7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일이용자수는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월거래액은 30억원에 달한다. 유통 작품수는 1350여개로 일본 웹툰앱 중 최대 규모다. 서비스 1년 반만에 일본 대표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만화시장 규모가 5조원에 달하며 큰 시장이고 PC나 모바일로의 디지털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카카오는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평가가 힘을 받는다. 전국출판협회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일본 전체 만화 시장 규모는 약 4454억엔(약 4조6000억원)이며 이 중 웹툰 시장은 3분의 1 수준인 1491억엔(약 1조5000억원)이다.
픽코마 성공에는 카카오의 주요 콘텐츠 유통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운영사 포도트리의 사업 노하우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도트리는 일정 시간 기다리면 웹툰과 웹소설 등 콘텐츠의 다음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란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이진수 부사장 및 포도트리 개발, 운영 인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조율하는 등 직접 도맡아 사업 노하우를 전수했다. 포도트리는 지난해 하반기에 카카오재팬 지분 20%를 출자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픽코마의 사례처럼 한국에서 서비스 운영을 통해 갖춘 사업 모델과 노하우를 일본시장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음악과 게임 등 콘텐츠 분야에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본음악시장은 아직 낮은 음원 스트리밍 전환율을 갖고 있고, 게임도 이제야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이 전체적으로 일어나면서 MMORPG 등 고사양의 게임을 내놓을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한다"며 "콘텐츠 부분은 한국에서의 서비스를 통해 이미 사업모델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라인은 현지에서 모바일 메신저와 만화, 게임 등 모바일 사업으로 지난해 1조64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금융서비스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라인 매출은 전년보다 18.8% 오른 1671억4700만엔(1조6416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 오른 250억7800만엔(2463억원)을 기록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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