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최순실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가 인정돼 징역 2년6월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며, 내심 '무죄'도 기대했던 롯데그룹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받아들고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되며 롯데그룹은 창립 51년만에 처음으로 오너가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특히 그룹의 개혁작업을 전면에서 이끌던 신 회장의 부재로 야심차게 출항을 알렸던 '뉴롯데'호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고, 공격적인 해외사업, 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 '뉴롯데' 전환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오너의 구속 수감 소식에 롯데그룹 임직원들도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임직원들도 충격에 빠져 있어 분위기를 수습하는게 먼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별개로 진행됐던 '경영비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한숨을 돌린 바 있다. 롯데 내부에서는 이번 국정농단 연루 재판 역시 실형은 면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총수 부재' 상황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될 경우 지난 1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2인자'로 부상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중심에 나설 것이라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황 부회장이 신 회장의 '복심'인 만큼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인수합병 등 총수의 공백을 최소화할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10조원 이상 투입되는 해외사업은 최종 결정권자인 신 회장의 부재로 차질이 불가피하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에서 총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나프타 분해 설비 증설 프로젝트를, 베트남에도 '에코스마트시티' 사업 등에 20억달러를, 인도와 미얀마 인수합병(M&A)에도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건설 중인 에탄 분해 시설 프로젝트에도 35억달러(3조8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었다.
여기에 검찰 수사로 차일피일 미뤄져 온 호텔롯데 상장 작업도 또 다시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여 지주사 전환의 마침표를 찍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총수의 '도덕적 해이'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일본 기업문화 특성상 신 회장의 구속은 일본 롯데 지배력까지 흔들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당연히 항소할 것으로 전망돼지만 상당한 시간 롯데는 총수 부재 사태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며 "CJ나 SK처럼 비상경영체제가 빠른 시일 내 가동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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