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여중생 딸 친구를 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성호)는 21일 오후 이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지난 2016년 2월 강원도 고성군 22사단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 병장 이후 약 2년 만의 사형 선고다. 이씨의 말을 듣고 A양을 유인하고 시신을 함께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씨의 딸 이모양은 징역 장기 6년에 단기 4년, 두 부녀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지인 박모씨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씨의 친형 이모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변태성욕 성향을 동반한 변태성욕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한 자기 처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약자에 대해 동등하게 보지 않고 성적욕구 해소 대상으로 봤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죄책감,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자신이 엄청난 사회적 피해를 야기했음에도 자기와 딸 안위만 걱정하고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피고인이 사회에 복귀할 경우 더욱 변태적 범죄를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피고인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사회 전반에서 불안과 공포를 감출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나 유족에 대한 피해가 복구되는 게 아니고 여러 양형판단 사정을 비춰볼 때 피고인의 강제추행 및 살인에 대한 책임 정도와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경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이 사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공감과 위로를 모두 포함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 및 피해자 유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충격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어떤 처벌로도 회복될 수 없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유족은 아직 피해자 사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치유할 수 없는 비참한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며 "피고인은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가증스럽게 '어금니 아빠'라는 명칭 아래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등 사회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불신과 사회 정서적 피해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망한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지목한 뒤 피해자가 집으로 유인했다.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했는데 범행 계획 내용만으로도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며 혐오적"이라며 "이후 피해자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성인의 관점에서도 변태적이고 가학적이며 기본적인 인간 존엄성을 짓밟는 추행을 했다. 추악하고 잔인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알몸 사체를 낭떠러지 아래로 집어 던졌는데 피해자 사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은신처를 마련해 범행 후 도피과정에서도 치밀했다. 자신의 범행과 그 결과를 뉘우치는 모습도 볼 수 없다"며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진심 어린 반성이라기보다는 덜한 형을 받기 위한 위선적 태도로 보인다. 딸마저 공범으로 사용했고 재판과정에서도 감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숨진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또 자기 계부와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이를 촬영하는 몰인간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피고인의 패륜적 범행으로 피고인의 처는 창문 밖으로 떨어져 사망했고 계부도 자살했다. 이런 비극을 맞이하고도 피고인은 냉정히 대응한 뒤 죽은 처를 동원해 모금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엽기적인 범행 행각들을 보면 피고인이 자기 처를 아끼거나 사랑했다고 볼 수 없고 피고 처는 사망 때까지 비인간적이고 패륜적 가학 대상이었다고 보고도 남는다. 피고는 처가 숨진 지 한 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처를 대신할 성적 대상을 찾았고 피해자를 유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9월30일 딸 이양과 공모해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여 추행한 뒤 이튿날 A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 또 딸과 함께 강원 영월군 한 야산에 A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 최모씨에 대한 상해·성매매알선 혐의, 딸의 치료비로 쓴다며 후원금을 모집한 뒤 치료비로 쓰지 않은 혐의(사기)·보험사기 혐의 등도 받는다.
딸 이양은 "엄마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니 친구 A양을 집으로 데려오라"는 아버지 이씨의 말을 듣고 A양을 유인해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하고 사체를 함께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양에게는 징역 장기 7년에 단기 4년, 박씨에게 징역 1년, 형 이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21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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