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한진 기자] 서울 전세시장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최근 전세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수요자들의 표정에는 ‘안도감’이 깃드는 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의 전세가격은 0.02%상승하며 전주(0.05%)보다 오름폭이 완화 됐다. 도심 역세권 단지 위주로 부분적인 강세는 이어졌지만 신규 입주 아파트로 전세수요가 분산되며 상승이 제한됐다.
이번 주 서울에서는 광진구(0.28%)와 중구(0.21%), 성북(0.15%), 동대문(0.11%) 순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강동구(-0.15%)와 송파구(-0.07%), 영등포구(-0.04%), 서초구(-0.03%) 등은 전세수요가 주춤해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있지만 당분간 서울의 전세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의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이주시기 조정으로 수요가 한번에 몰릴 가능성이 적고, 최근에 입주한 신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최근 세입자들의 매수 전환과 전세 수요자들의 수도권 이동,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를 전세로 구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 등이 서울의 전세가격 약세를 이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서울의 집값 상승이 전세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전세로 거주하려던 세입자들이 속속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
고소득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 회사원 등 구매력을 갖춘 세입자의 매수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여기에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전세 거주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탈 서울현상’도 전셋값 약세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의 가격이 저렴한 신규 아파트를 찾아 이동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대 이사철인 겨울방학 특수가 사라졌고,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전세가격 약세가 대세인지 일시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정화 추세가 향후 1~2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 입주물량이 내년에도 계속 늘어나면서 주택의 월세화 현상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공급이 많아 일시적으로 전세 종말보다 전세 부활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갭투자도 최근 전셋값 약화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갭투자가 시장에 전세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가 줄면서 일부 신규 입주단지의 경우 전세가비율이 50~60%대로 떨어지고 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고민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박 위원은 “갭투자의 적신호가 높아지고 있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세입자들과 갈등 문제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조한진 기자 hj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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