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낮추는 GM…한국 가능성 높게 판단한 듯
'트랙스·스파크' 경쟁력 높아…전문가들 "지속가능성 담보돼야"
2018-03-11 10:00:00 2018-03-11 10: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지엠과 관련해 철수가 아닌 회생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4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배리 앵글 제너럴모터스(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우리 정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국지엠의 연구개발(R&D) 능력과 경차 경쟁력 등을 놓고 볼 때 아직은 완전히 철수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익계산서를 따져볼 때 정부의 지원과 노조의 양보가 이뤄지면 한국지엠이 얼마든지 회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정 지원을 받고 몇 년 후 철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를 방어하고 한국지엠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이 배리 앵글 GM 부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등이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내용들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앵글 GM 부사장이 메일로 카젬 사장에게 GM의 입장이 담긴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내용을 한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한 것으로 보이고, 카젬 사장이 이런 내용들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GM은 먼저 기존 차입금(27억달러) 전액을 출자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품 출시와 생산에 필요한 신규 투자 금액(28억달러) 중 지분율에 따른 GM의 몫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신차 2종 배정과 함께 앞으로도 한국지엠을 미래 제품과 기술용 디자인 등 R&D 자원으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특히 인천시와 경남도에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일대를 외투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GM이 이 같은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이유는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GM이 한국시장 철수보다는 회생에 방점을 찍은 이유를 현재 한국지엠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력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장 철수하는 것보다 구조조정 등을 통해 몸을 가볍게 하고 재도약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라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지엠이 부평에 설립한 디자인센터는 북미에 이어 글로벌 GM 내에서 2번째 규모다. 이곳에서는 쉐보레를 비롯해 뷰익, GMC 등 GM의 글로벌 브랜드의 내외부 디자인과 스튜디오 엔지니어링 등 연구개발과 연계된 디자인 업무를 수행한다.
 
여기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와 경차 ‘스파크’는 현재 한국지엠 부평·창원공장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모델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총52만여대를 생산했는데 그 중 트랙스가 27만여대, 스파크가 14만여대를 기록했다. 한국지엠 생산량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트랙스는 2016~2017년 2년 연속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가운데 수출 1위를 기록한 모델이다. 트랙스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소형 SUV 부문 판매량 4위를 차지할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모델이 연간 41만여대가 팔리는데 GM이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랙스와 스파크가 있기 때문에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것은 GM에게도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아마 협상을 통해 회생시키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한국시장 철수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GM이 재정 지원을 받고 몇 년 후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GM은 현재 트랙스와 스파크 후속 모델을 준비하고 있어 몇 년 후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차 개발에서의 한국지엠 역할은 물론, 여러가지 장치들을 투자 조건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당장은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떠날 수 있다. 투자금으로 28억달러 이야기를 하는데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지속시키기에는) 상식적으로 금액이 안 맞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필수 교수는 “GM의 자구책을 자세히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 년간은 공장을 유지해야 된다. 혹은 여러가지 주요 사항에 대해 산업은행이 의결권을 가져야 된다’ 등등의 투자에 대한 조건을 내걸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왼쪽)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2월 20일 오전 국회를 방문 한국GM 대책 TF 위원장등 의원들과 면담전 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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