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가'에서 '종결자'로…문재인의 힘
김정은 마음 열고 트럼프에 공 돌려…탑다운 외교의 성공
2018-03-11 14:19:31 2018-03-11 17:29:1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가’(The negotiator)적 면모가 전세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번 성과들이 한국·북한·미국의 외교 엘리트들과 같은 소위 전문가 집단의 협상을 통해서가 아닌, 북미 정상의 결단과 그것을 이끌어낸 문 대통령의 ‘외교력’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있을 남북·북미 정상회담은 산출 과정부터 과거와 확연하게 차별화된다. 기존의 정상외교 ‘프로토콜’(Protocol)은 실무진들이 줄다리기 협상을 거쳐 의제와 회담 형태를 사전에 조율하고 각 정상들이 그 결과를 사후 추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 정상들이 먼저 결단하고 실무진들이 후속 작업에 들어가는 형태로, 일종의 ‘탑다운’ 방식으로 추진됐다.
 
한반도 평화를 원한 문재인정부, 국제적 고립 탈피와 체제 안정을 꾀한 북한 김정은 체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원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지만, 그것을 엮어낸 건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미국을 선택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차례 정상회담·전화통화 등을 통해 굳건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고 공언하고 자신의 가족을 평창동계올림픽에 보내는 등 화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수용 발표 직후 트위터에 영문으로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한국 국민은 물론 북한과 평화를 희망하는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외신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과의 관계는 ‘김정은 체제’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흔들림 없는 남북 교류메시지를 보내면서 풀렸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비합리적인 지도자인 경우에서조차 우리는 김정은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7월 독일 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평창동계올림픽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면서 북측의 마음을 열었다. 대북특별사절단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북한 실무자들이 혹시 한국 관계자들에게)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얘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며 문 대통령과 자주 대화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시절 인터뷰를 가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TIME) 아시아판 표지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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