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가운데 부인 김윤옥 여사의 비리 의혹도 수사 중이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김 여사가 지난 2007년까지 약 10년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법인카드로 4억원 상당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김 여사도 검찰의 직접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다스 회장,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와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5일 이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조사에 대해 "이 사건 조사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면서도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현재로서는 결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날도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에 함구하고 있다.
김 여사는 김희중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을 거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0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이 자금을 자신이 직접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금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공적인 용도에 썼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9시50분쯤부터 오후 11시55분쯤까지 조사를 받았고, 조서 열람까지 마친 후 15일 오전 6시25분쯤 귀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본인은 알지 못 하는 일", "기억 못 하는 일", "실무선에서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일"이라고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보고서 등 객관적 자료 대해서는 보고받은 사실을 부인하거나 조작된 문서란 취지의 주장을 내세웠다. 특히 그동안 지속해서 밝혔던 대로 검찰 조사에서도 다스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고, 경영에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소송비 대납 내용이 기재된 복수의 청와대 문건 대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전 대통령이 소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영포빌딩에서 대통령기록물과 함께 압수된 자료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압수수색 직후인 1월 말 "해당 압수물 중 대통령기록물이 포함됐으니 이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검찰에 보냈으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자신이 해당 문건의 작성자라고 인정했다.
이처럼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김백준 전 기획관을 비롯해 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이사 등 주요 관련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이번 주 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지 닷새 후 청구됐다.
2012년 11월11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인도네시아-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윤옥 여사가 차량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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