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LNG 화물창, '로열티 절감' 효자 노릇할까
KC-1 적용 SK해운 2척 운용…기술로열티 척당 100억 절감
2018-03-19 17:52:26 2018-03-19 17:52:26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에 힘입어 업황 회복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해외에 의존했던 LNG 화물창 기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외국에 지불하던 로열티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해외 LNG 선주들이 아직 한국형 LNG 화물창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다.
 
19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발주된 LNG선 14척 가운데 한국 조선 3사는 13척을 수주했다. 이중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5일 오세아니아지역 선주로부터 LNG선 2척을 수주하는 등 6척의 LNG선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5척과 2척의 일감을 따냈다. 나머지 1척은 중국 조선소가 가져갔다.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고 LNG선 수주전에 나섰다. 특히 LNG선은 다른 선종의 선박과 비교했을 때, 선가가 높아 수익성도 좋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 LNG를 액화 상태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화물창 온도를 -162℃로 유지해야 하는데, 원천 기술은 프랑스 GTT가 갖고 있다. GTT는 LNG선 1척당 선박 가격의 5%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기술 로열티로 가져간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집계한 국내 조선업계 GTT 기술 로열티는 3조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이 한국형 LNG 화물창 KC-1을 적용해 건조한 LNG선. 사진/삼성중공업
 
이에 지난 2005년 한국가스공사와 조선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는 정부의 국책 연구과제로 국내 고유의 LNG 화물창 설계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013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신기술인증을 획득한 LNG 화물창 KC-1은 2015년 최종 개발이 완료됐다. 정부가 이 기술 개발에 쏟은 비용만 2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한국형 LNG 화물창 KC-1을 최초로 적용한 선박이 상업 운항에도 들어갔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9일과 15일 17만4000㎥급 LNG선 2척을 SK해운에 잇따라 인도했다. 이 선박들은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선적해 오는 5월 중 한국가스공사 LNG 생산기지에 화물을 하역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월 대한해운으로부터 7500㎥급 소형 LNG선 2척을 수주했다. KC-1이 적용될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KC-1을 적용하면 프랑스 GTT에 지급해야 하는 기술 로열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KC-1을 적용해 수주한 LNG선은 아직 4척에 그친다. 이마저도 국내에서 발주한 선박들이다. 해외 LNG 선주들이 이제 갓 상용화한 KC-1의 기술력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14척 LNG선박 가운데 KC-1을 적용키로 한 선박은 단 한척도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선주들도 안전성 등을 이유로 LNG선 발주에 KC-1 적용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LNG 화물창을 개발한 만큼 조선사들의 수주 영업에도 KC-1이 적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법을 고민해야 해외 선주들도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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