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지속된 활황에 승승장구하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높은 잠재가치를 평가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신약 또는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신중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줄기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네이처셀 퇴행성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조건부허가가 불발됐다. 식약처는 지난 16일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품목허가에 대해 반려처분을 통지했다. 임상 환자가 13명에 불과한 데다 대조군이 없고, 치료 중 질병 진행 환자가 임상 환자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이유였다.
이에 지난 16일 6만2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던 네이처셀의 주가는 19일 가격제한폭(29.9%)인 4만3600원으로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시가총액 역시 약 3조2926억에서 2조3080억원으로 1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한달여 앞선 지난달 14일에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에 기술 수출한 신약 후보 물질 'HM71224'의 임상 2상이 중단됐다고 공시했다. 중간 분석 결과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적응증(적용질환) 개발을 협의 중이라는 설명이 덧붙긴 했지만 당시 한미약품의 주가 역시 10%가량 하락했다.
이후 두 업체 모두 일정부분 주가를 회복하긴 했지만, 주가의 즉각적 반응은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지나친 기대심리를 경계하는 시각에 다시 한 번 무게가 실리게 했다.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이나 연구개발(R&D) 등 옥석가리기가 완료되지 않은 채 단기 호재에 몰린 지나친 기대감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주에 실린 기대감은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비중이 90% 이상"이라며 "산업군의 결실이 의약품의 허가와 출시인 만큼 일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3상에 이르는 중간단계 중 허가불허 등의 리스크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최근 높은 잠재력과 전통 제조업의 주춤한 성장세가 맞물리며 산업 성장은 물론, 수출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 수출액은 3분기까지 36억달러(약 3조3170억원)를 기록하며 이미 전년 전체(31억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5년 평균 수출 성장률만 14.3%에 달한다. 소위 '돈이 되는' 기술수출 역시 지난해만 총 8건으로, 12억3000만달러(1조3156억원) 규모를 보였다. 이같은 성장에 힘입어 증권시장에서도 호조를 이어가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전 세계 허가 줄기세포치료제 7개 중 4개가 국내 제품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바이오산업에 한층 더 높은 가치가 책정되던 상황이었다. 이에 전통 대형제약사인 LG화학과 종근당 역시 바이오의약품 쪽으로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을 정도다. GC녹십자는 지난 9일 국내 판권을 보유한 당뇨병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글라지아'의 품목승인허가를 받았고, LG화학은 16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유셉트'의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때문에 업계는 최근의 일부 기업 악재가 자칫 업계 전반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연초부터 이어진 악재에 업계 전반을 겨냥한 회의적인 시선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굵직한 결과 발표들을 앞두고 있어, 걱정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에 투자심리 위축은 중장기적 경쟁력 하락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이슈를 앞둔 국내 기업들로는 ▲셀트리온(2분기 트룩시마·3분기 허쥬마 미국 FDA 승인) ▲삼성바이오로직스(3분기 삼페넷 미국 FDA 승인) ▲대웅제약(하반기 나보타 미국 FDA 승인) ▲신라젠(3분기 펙사벡 무용성 평가발표)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규모를 갖춘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투자심리 위축에도 자체 자금 조달력을 통해 신약 개발에 큰 타격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제약·바이오벤처 기업들의 경우 충분한 성장 동력을 보유하고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암초에 부딪혔다. 높은 잠재가치를 평가받던 신약 또는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이에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신중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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