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가 약 7조원 규모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공고히하는 동시에 반도체 최대 소비국인 중국 수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28일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서 '삼성 중국 반도체 메모리 제2라인 기공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후허핑 산시성 성위서기 등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2기 라인 착공은 지난 2012년 1기 착공 이후 5년6개월만으로, 1기 건설 당시 확보한 용지 위에 진행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산시성 정부와 MOU를 체결했으며, 경영위원회를 통해 향후 3년간 총 70억달러(약 7조4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2기 라인의 월 생산능력은 투입 웨이퍼 기준 약 10만장으로 예상된다. 12만장 수준의 1기 라인과 함께 매달 22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양산은 내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공장 증설을 통해 중국에서의 제조 경쟁력 강화와 원활한 중국 시장 대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안시가 속한 산시성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중국 정부 역점 사업인 서부대개발에도 보조를 맞추는 행보이기도 하다.
시안 공장에서 생산되는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반도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의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을 592억달러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후 2021년까지 500억달러대를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매출은 전분기대비 9.8% 증가한 61억6960만달러를 기록했다. 2위 도시바(27억7970만달러)와의 격차는 33억달러나 됐다. 시장점유율은 38%로 도시바(17.1%)의 두 배를 웃돌았다. 시안 공장 증설이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 금액은 240억달러(약 25조6000억원)다. 지난해(27조3000억원)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2016년(13조20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화성에 극자외선(EUV) 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2020년까지 60억달러를 투자하는 화성 EUV 라인은 내년 하반기에 완공, 시험생산을 거쳐 2020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7나노 이하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집중하는 등 상대적으로 뒤처진 비메모리부문 파운드리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대만 TSMC를 맹추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연내 평택 2공장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열린 경영위원회에서 평택 제2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예비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초 골조공사를 시작하는 내용이 골자다. 복층 구조의 최신 생산라인 건설을 가정해 약 30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관측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