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계절적 비수기로 통하는 1분기에도 D램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탄탄한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2016년 5월부터 시작된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시장 지배력 유지 차원에서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에는 중국 업체들도 가세한다. 연간 D램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커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치킨게임식 설비투자 경쟁으로 하반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4일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향 범용 D램인 'DDR4 4Gb 512Mx8 2133MHz' 고정가격은 1분기 3.81달러로 전분기 대비 6.12%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8.5% 가격이 상승했다. 한 단계 성능이 더 높은 'DDR4 8Gb 1Gx8 2133MHz' 고정가격도 1분기 7.9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5.81달러, 2분기 6.50달러, 3분기 6.81달러 4분기 7.50달러에 이어 지속적으로 몸값을 높이는 중이다.
D램 시장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점유율이 삼성전자 45%, 하이닉스 28%, 마이크론 22%로 3강구도가 굳혀진 상황이다. 이들은 상승세를 탄 시장 환경을 누리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낸드플래시 대비 D램의 수요가 더 크다고 판단, D램 라인 확충에 나서고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낸드플래시 생산설비를 들이려던 평택 반도체 제1공장의 2층 일부 공간에 D램 라인을 증설 중이다. 2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던 화성반도체 16라인도 D램 생산으로 전환한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4라인 상층부를 낸드플래시 중심에서 D램 라인으로 공정 전환에 나섰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생산량 중 약 40~50%를 생산하는 중국 우시 D램 공장도 올해 말까지 추가 투자를 마무리한다. 마이크론도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일본 히로시마 팹 증설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D램 전체 시장에서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221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스마트폰·PC 제조업체의 고용량 반도체 채택과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상반기까지 D램 시장은 낙관적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동안 D램 가격이 5~10%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D램 3강이 지속적으로 시장규모를 키우고 있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메모리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하반기에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중국 푸젠진화반도체는 약 6조원을 투자해 오는 9월부터 D램 양산을 시작한다. 이노트론 등 다른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도 비슷한 시기에 서버·모바일용 D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 발달로 발생하는 D램 신규 수요가 업황에 긍정적이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앞서 공급확대에 따른 수급불균형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D램 값이 하락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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