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656차례 남북회담에서 미래를 찾다
현 대북정책 뿌리는 박정희 정권…'자주·평화통일 정신' 부활
2018-04-22 10:58:42 2018-04-22 10:58:48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한반도의 대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7일 ‘남북회담 약사 및 판문점 현황’ 자료를 통해 1971년 8월 적십자회담 이후 총 655회의 남북회담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후 18일 한 차례 더 실무회담이 열린 점을 감안하면 22일 현재 기준으로 모두 656차례가 된다. 노무현정부 때가 169회로 가장 많았고, 노태우정부 164회, 김대중정부 87회, 박근혜정부 37회, 김영삼정부 27회, 이명박정부 16회 순이다. 문재인정부는 지금까지 13번의 남북회담을 가졌다. 
 
1972년 11월30일부터 12월2일 서울에서 열린 제1차 남북조절위원회 본회담에 참석한 북측의 박성철 위원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1950년 6·25전쟁 이후 긴장이 이어졌던 남북관계 기류가 바뀐 것은 1972년부터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북한 주석은 자주, 평화, 민족단결이라는 3대 원칙을 제시한 ‘7·4 남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이후 정부들의 대북정책 기준이 됐다.
 
박 대통령은 이어 1972년 10월 유신헌법에서 ‘통일’을 최초로 규정했고, 1974년 8월15일에는 한반도 평화정착→상호 문호개방과 신뢰회복→남북한 자유총선거라는 ‘평화통일 3단계 기본원칙’을 발표했다.
 
그 뒤를 이은 전두환·노태우정부는 더욱 대담하고 전향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했다. 전두환정부는 1981년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고 1982년 통일헌법 제정을 골자로 한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을 발표했다.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폭발테러사건이 발생했지만, 당시 정부는 오히려 남북경제회담과 체육회담 등을 추진하고, 이산가족 고향방문, 예술공연단 교환방문, 수재물품 상호지원 등을 성사시켰다.
 
노태우정부 역시 1988년 7·7선언(자주, 평화, 민주)을 시작으로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1991년 남북한 유엔(UN) 동시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화해, 불가침, 교류협력)채택, 한반도 비핵화 선언 등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북방정책 추진으로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를 맺고 통일을 위한 국제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1991년 5월8일 남북단일팀 축구평가전이 서울에서 펼쳐졌다. 단일팀은 세계선수권 8강에서 브라질에 패배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1990년대 들어 북한 핵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됐지만, 김영삼정부 역시 관계 개선에 노력했다. 1994년 북한 경수로에 36억달러(약 4조원)을 지원했고,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했다. 분단이후 첫 남북정상회담도 합의됐으나, 그해 7월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무산됐다.
 
김대중정부는 2000년 6·15 공동선언, 노무현정부는 2007년 10·4 정상선언을 통해 남북교류를 이어갔다. 특히 금강산관광이 시작됐고 개성공단도 열려 경제교류 규모는 급속히 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1989년 1800만달러였던 남북경협은 2015년 27억1447만달러까지 늘었다.
1998년 6월16일, 5톤 트럭 50대에 실린 500마리의 소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지휘아래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명박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을 경제특구로 조성해 10년 안에 1인 소득 3000달러를 달성시켜준다는 ‘비핵개방 3000’구상을 내세웠다. 북한의 굴복을 전제한 조건부 경협에 북측이 반발하면서 남북관계는 얼어붙었다. 또 2008년 박왕자씨 총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중단,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5·24 조치로 남북 교역은 전면 중단됐다.
 
박근혜정부는 2014년 소위 ‘통일대박론’이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을 이야기했지만, 전임정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이유로 사전 통보 없이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남북 간 남아있던 마지막 끈을 놓아버렸다.
 
2007년 12월12일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모습이다. 사진/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9년 동안 완벽하게 단절된 관계를 다시 연결시킨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과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선언’ 등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 및 항구적 평화 정착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이라는 3대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4대전략과 5대원칙 등으로 구체화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실상 전통적인 정책으로의 회귀다. 김대중·노무현의 햇볕정책 뿐만 아니라 박정희의 자주정신, 전두환의 교류추구, 노태우의 국제협력, 김영삼의 통큰결단 등의 요소가 정책 곳곳에 녹아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정권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남북이 서로 상대의 존재(체제)를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차이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이룬다는 대원칙을 지켜왔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을 마친 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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