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산업1부 기자
포스코와 KT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다. '이번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자리를 지킬까' 하는 궁금증이 늘 따라붙는다. 두 기업 모두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CEO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양사는 공기업으로 출발했지만 포스코는 지난 2000년, KT는 2002년 각각 민영화됐다. 하지만 아직 대표적인 주인 없는 기업으로 꼽힌다. 양사 모두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다.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결국 권 회장은 이달 18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그는 젊은 사람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겠다고 했지만 사퇴 압박에 의한 CEO 중도 사퇴가 또 반복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 진행한 리튬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 관심은 황 회장의 거취로 쏠린다. 황 회장은 17일 불법 정치자금 후원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황 회장은 최순실 측근의 지인을 회사 광고 담당자로 채용해 최씨 소유의 회사에 광고 물량을 몰아주며 국정농단 사태에도 연루됐다. 황 회장은 경찰 조사가 끝난 18일 오후에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사측 대표로 참석했다.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황 회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포스코는 철강에서, KT는 통신에서 대표 기업이다. 재계 순위에서 포스코는 6위, KT는 13위다. 직원수도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가 1만7000여명, KT는 2만4000여명이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과제도 산적했다. 이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비철강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에는 연결 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KT는 5세대(5G) 통신에서 경쟁사들과의 주도권 경쟁을 펼쳐야 한다. 5G 시대에는 기존의 유·무선 통신 외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의 신기술 분야에서도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CEO의 거취가 흔들리다보니 직원들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새 CEO가 온다고 해도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철강·통신의 대표 기업인 양사가 정권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도 두 기업의 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기업이 각자의 영역에서 사업에 매진할 수 있는 실질적 지배구조 방안과 정치권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박현준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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