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 김동현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포털사이트 댓글정책 개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 댓글이 특정 세력 혹은 소수의 개입에 사실상 좌지우지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댓글 정렬 방식 개선에 이어 댓글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댓글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드루킹 사건으로 포털 댓글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소수의 개인 혹은 집단이 포털의 댓글 서비스를 활용해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댓글 통계 사이트인 워드미터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에서 댓글을 다는 이용자는 전체의 0.9%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생성되는 댓글수는 약 26만개고 이 중 하루에 10~20개에 달하는 여러 건의 댓글을 쓰는 계정은 약 3000개다. 하루 생산되는 댓글의 약 20%가 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공감수가 1000이 넘는 계정은 이날 기준 총 8개다. 이들 8개 계정 모두 하루 댓글 허용치인 20개를 채워썼다. 이들이 받은 공감수만 2만에 달한다. 공감 댓글로 여론 형성 주도가 가능한 수준이다. 네이버는 현재 공감 댓글 수에서 비공감 댓글 수를 빼서 많은 수가 나온 댓글부터 순서대로 댓글을 노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와 카카오 사옥. 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댓글 정책 개선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댓글이 공감순으로 정렬되는 방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민주평화당 김경진 상임선대위원장은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공감순이 아닌 최신순으로 바꿔 여론조작을 불허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포털과 언론의 기능을 분리하고 댓글시스템 폐쇄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사이트에 전면적인 실명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도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의 '공감순 우선정렬' 댓글난은 이른 시간 안에 공감을 많이 받는 특정한 소수 댓글의 영향력만 강화한다"며 "드루킹 같은 조작세력에게 여론조작이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가 인위적인 댓글조작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갖추도록 하고 조작 시도를 발견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학계에서도 댓글 정렬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현재 이용되는 공감순 댓글 정렬은 조작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최신순·무작위 댓글 정렬 등 단순한 방법이 아닌 특정 요소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의 댓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한 댓글 정렬 방식은 최신성 30점, 공감 수 30점, 비공감 -30점 등 각각의 요소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포털업체가 댓글투명성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는 것도 제안했다. 송 교수는 "포털이 댓글 조작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댓글투명성보고서 등을 작성해야 한다"며 "기간을 정해 댓글을 많이 작성한 계정과 공감을 많이 누른 계정 등을 공개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서명준 건국대학교 교수도 "댓글이 특정 정치 성향,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포털의 댓글 순위 기능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댓글 순위 기능 폐기가) 안 된다면 차선책으로 최신순 배열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다각적으로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발족한 '댓글정책 이용자 패널'에서 댓글 폐지를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개선 방향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이런 지적들이 있다 해서 당장 댓글 정책을 바꾼다는 건 무리"라고 답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이용자와 업계 전문가 등 약 30명으로 구성된 댓글 정책 이용자 패널을 통해 오는 8월께 종합적인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카카오도 "댓글 정책 모든 부분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쉽게 (소셜 댓글 등) 폐지를 논하기는 어렵다"며 당장 정책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문경, 김동현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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