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파국 막았다…정부 원칙론에 노사 모두 양보
데드라인 마지막날 극적 타결…조만간 조합원 투표 진행
2018-04-23 18:14:58 2018-04-23 18:14:58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데드라인 마지막 날 극적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합의하면서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났다. 정부의 원칙론을 재확인한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점에 이를 수 있었다.
 
한국지엠 노사는 23일 오전 5시부터 인천 부평공장에서 14차 임단협 교섭을 시작해 오후 4시20분경 최종 타결을 이뤘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은 집중교섭의 결과로 도출됐다"면서 "회생을 위한 산업은행의 지원 및 신차 생산 배정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당초 20일이었던 데드라인을 23일로 연기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이사회를 개최해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군산공장 직원 680명의 고용문제는 사측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합의에 성공했다. 사측은 12차 임단협에서 군산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100여명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전환배치한 후 나머지 인원은 5년간 무급휴직 방안을 제안했다. 13차 교섭에서는 무급휴가 기간을 5년에서 4년으로 1년 줄였다. 반면 노조는 무급휴직은 사실상 해고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전원 분산배치를 통해 고용보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교섭에서 사측은 무급휴직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방안을 제시했다. 노사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피하기 위해 희망퇴직과 전환배치 등의 방법을 시행하고, 희망퇴직 이후 잔류 인원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종료 시점에 노사가 별도로 합의하기로 했다.
 
한국지엠 노사가 데드라인 마지막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 타결에 성공했다. 사진/뉴시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안을 도출했다. 부평공장에는 내수 및 수출시장용 신차 SUV를 배정하고 미래발전과 고용안정을 위해 교섭 종료 이후 '부평2공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창원공장에도 내수 및 수출시장용 신차 CUV 배정을 확정하고 이에 따른 일시적 공장운영 계획 변경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사가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핵심 쟁점은 빠르게 합의했지만 복리후생 부문에서 노사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임단협 타결이 지연됐다. 노사는 교섭 정회와 재개를 반복하면서 법정휴가, 상여금 지급방법, 귀성여비 및 휴가비, 학자금, 임직원 차량 할인 등 일부 복리후생성 항목들에 대한 단체협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사무직 승진 미실시 등의 사안은 별도로 합의할 예정이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이번 합의로 한국지엠이 경쟁력 있는 제조기업이 될 것"이라며 "노사 교섭 타결을 통해 GM과 산업은행 등 주요 주주 및 정부로부터 지원을 확보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회사 정상화 계획에 동참했으며, 앞으로 이해관계자 차원의 지원을 구하고자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섭 타결에는 정부가 원칙을 지킨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금호타이어 사태에서도 "정치적인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금호타이어 노사는 결국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방안을 도출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노사의 고통분담 없이는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유지했고, 데드라인을 하루 앞둔 22일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한국지엠대책특별위원장),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베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젬 한국지엠 사장,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지부장 등이 물 밑 교섭에 나서면서 노사 간 이견을 좁혔다. 
 
한편, 노조는 조만간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