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언제든지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최근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된 모습이 역력한 일본 측 요구사항을 북한에 전달했음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협조해줄 것도 당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45분 간 진행한 전화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다. 김 대변인은 “아베 총리는 남북의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밝힌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움직임을 ‘전향적’이라고 표현하며 판문점선언이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아베 총리도 북한과 대화할 의사를 갖고 있고 과거사 청산에 기반한 북일 국교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 관련 아베 총리의 뜻을 김 위원장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대화 루트가 막힌 일본 측 상황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협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3월 초 남북 정상회담 발표 직전까지 대북 제재에 앞장서 왔지만, 정세가 급변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도 북과 대화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이기도 한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28일 일본에 보내 회담 결과와 향후 정책추진 방향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서 원장 파견은 지난 24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통화 때 강력히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 평가, 향후 이행 계획 및 전망, 김 위원장의 회담 스타일 등을 서 원장에게 듣는 과정에서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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