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화웨이의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설이 또 다시 불거졌다. 화웨이는 "계획이 없다"며 즉각 부인했지만, 중국 IT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화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모바일 OS를 개발 중이다. 이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12년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후 자체 OS 개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용 OS 외에 태블릿과 PC OS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가까운 시일 내에 자체 OS를 발표할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가까운 시일 내'라는 전제는 다양한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화웨이 관계자는 "(화웨이는)안드로이드 OS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서도 "모바일 OS에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18'의 화웨이 부스 모습. 사진/뉴시스
화웨이는 그간 OS 독자개발 관측이 나올 때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 남을 것임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는 시장 구도에서 비롯된다. 2017년 말 현재 모바일 OS 시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99.9%를 점유하고 있다. PC OS 시장을 제패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모바일 영역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아성을 넘지 못했고,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던 블랙베리와 피처폰 시대 강자 노키아 역시 자체 OS 노선을 포기했다. 삼성전자도 '바다', '타이젠' 등 자체 OS를 내놨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 타이젠은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와 스마트TV 정도에만 탑재된다.
그럼에도 화웨이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시점에 있다. 지난달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미국 법무부가 화웨이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가 앞서 16일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에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내린 직후였다. ZTE도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때문에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화웨이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화웨이가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모바일 AP '기린' 시리즈를 개발, 자사의 스마트폰에 탑재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웨이가 연구개발(R&D)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기준 화웨이는 879억위안(약 14조8800억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전체 매출(6036억위안)의 14.9%에 해당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