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모비스가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안 통과를 위해 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중장기 비전과 주주환원정책 발표에 이어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현대모비스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주총 통과 여부도 불투명했졌다.
7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부터 9일까지 미국, 10일까지 유럽에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NDR)를 열고 주요 경영현안과 사업전략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과 이달 2일에는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실시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를 비롯해 회사 미래 발전방안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이유는 이달 29일 임시 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안건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3월말 제시한 순환출자 해소 방안에 따르면 첫 단계로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다. 분할합병안이 현대모비스 임시 주총에서 통과되지 못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주주 설득을 위해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일부 사업이 현대글로비스로 이동하지만 미래형 자동차 신기술 선도기업으로 변모해 올해 25조원으로 예상되는 매출 규모를 매년 8%씩 성장시켜 오는 2025년에는 44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독자생존력을 증명키 위해 글로벌 수주 규모도 2015년 5억달러에서 2022년 1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에 대해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방법, 제품 출시 등의 계획이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기에는 미흡하며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든다"면서 "매출 확대를 하려면 고객 다변화가 필요한데, 핵심 분야인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관련 부품을 현대·기아차와 경쟁구도에 있는 업체에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중장기 사업 전망을 공개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면서 "구체적인 수주 계획이나 글로벌 업체와의 제휴 등 실질적인 움직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NDR 등 설득 행보에 나서면서 현대글로비스와의 임시주총서 분할합병안 통과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이달 2일 발표한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도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현대모비스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161만주를 내년 중 전량 소각하고 2019년부터 3년간 매년 625원씩 총 1875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자사주 소각이 시작되면서 단기적인 모멘텀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고 말했고,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당 배당금이나 배당성향에 대한 명확한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발표 직후인 4월 초 27만1000원에서 4일 현재 23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2조원, 행사금액은 23만3429원이다. 현 주가와는 불과 1571원 차이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주가는 16만2000원으로 행사금액(15만1156원)과 다소 여유가 있다.
임시 주총 직전 현대모비스 주가가 행사금액 이하로 하락한다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분할합병안에 반대할 수 있다. 때문에 현대모비스가 임시 주총 이전에 추가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분할합병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조만간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제고 방안이 발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