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지난 8일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최근 5년간 삼성증권이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2514억원)를 삼성SDS와 체결했으며 삼성SDS와의 계약 중 수의계약의 비중이 91%를 차지하는 등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SDS와 체결한 수의계약 98건이 모두 단일견적서만으로 계약이 체결되었고, 수의계약의 사유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계열사간 거래 비중이 높고 수의계약 사유도 명시돼 있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공정위 예외조항 세 가지 중에 어긴 것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서 처벌 예외조항으로 삼은 것은 ▲효율성증대효과 ▲보안성 ▲긴급성 등이다. 금감원은 이중 한 가지 이상을 삼성증권이 위반했고, 그 때문에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취재 결과 공정위는 처벌 예외조항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9일 "전산시스템과 관련해서는 특별하게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예외조항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예외가 된다"며 "단순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거나 수의 계약을 했다는 것만으로 불법이나 일감 몰아주기로 볼 수 없다. 가격 등 구체적인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증권과 관련해서는 관련자료가 금감원으로부터 자료가 오지 않았다. 자료가 오면 심도있게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삼성SDS와 계약한 전산시스템의 경우 보안성을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서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와 거래 비중을 50%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전산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제한 사항이 없다. 전산시스템의 경우 작업 도중에 내부정보와 고객정보 열람이 불가피하기 하기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로 대부분 계열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이 IT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의 특성상 민감한 정보가 많아 보안을 이유로 계열사간 거래가 일반적"이라며 "대부분 대기업들은 계열사나 자회사로 전산시스템 관련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봐도 이번 사례를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9월 SK그룹의 IT서비스업체인 SK C&C의 부당지원 혐의를 조사해 SK그룹에 과징금 347억원을 물렸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
한편, 삼성증권은 이번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공정위 가이드라인을 지켰다는 입장으로 공정위나 금융당국의 요청이 온다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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