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미 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이번 회담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말로 뭔가를 하길 원하고 북한을 ‘현실 세계(real world)’로 가져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북한매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기존 외교논법과 궤를 달리하는 ‘통 큰 스타일’의 두 정상이 한반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 기지를 방문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직접 맞이했다. 현지시각으로 새벽2시(한국시간 오후3시)였음에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가 함께하고 현지 언론들이 생중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하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일어났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라. 큰 성공을 이룰 것”이라며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북한도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는 9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합중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를 접견하시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을 일제히 전했다. 매체들은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동지께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해 드리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북미) 수뇌상봉(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하셨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조미 수뇌상봉’으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공식화 한 것은 처음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을 언급하고 김 위원장이 이에 만족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주목된다. 북미 사이에서 북한 비핵화 이행과 체제안정 보장 관련 의제가 상당부분 조율이 끝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도 김 위원장과의 협의 내용을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3일 내에 발표하겠다”며 “시기를 정했고, 장소를 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유력했던 판문점에 대해서는 “거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6월초 싱가포르 개최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CNN 등 외신들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싱가포르 개최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사관을 두고 있는 국가다. 여기에 강력한 경찰국가로 경호에 유리하고, 다양한 국제회의를 유치해 언론 접근성 등 인프라 측면에서 뛰어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기는 다음달 초가 유력하다. 우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안보회의 ‘샹그릴라 대화’가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캐나다 G7 정상회의가 같은 달 8~9일 열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샹그릴라 대화가 끝난 직후인 4~6일 사이에 북미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좀 더 극적인 연출을 위해 막판에 ‘평양’과 같은 지역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오전(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의 귀국을 축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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