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세 속에 세계 양대 의결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이들 자문사 의견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 분할합병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오는 29일 개최되는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앞서 엘리엇과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반대 의사를 냈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마저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면서 "현대차그룹이 분할합병안 통과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지분 구조를 보면 이날 기준 외국인은 47.72%를 보유 중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우호지분은 기아차(16.66%), 정몽구 회장(6.96%), 현대제철(5.66%) 등 30.17%다. 글래스루이스와 ISS의 권고로 외국인 및 국내 기관투자자가 반대한다면 분할합병안은 가결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9.82%를 들고 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반대 권고를 했고 현대차그룹이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현대모비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분할합병안 통과에는 악재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3월28일 26만1000원에서 이달 10일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23만3429원)보다 낮은 23만1500원까지 하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주주친화 정책이 전부는 아니며, 지속해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언급한 후 주가는 14일 24만원까지 상승했지만 이날 다시 23만7000원으로 떨어지는 등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여전히 믿음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주가는 부결 가능성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현대차그룹도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결정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또 임시 주총 전까지 주주들에게 분할합병안의 당위성을 설득할 계획이다. 지난달 "엘리엇도 주주 중 하나일 뿐"이라며 여유를 보였던 것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외 자문사들이 언급한 지주회사 전환 방안은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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