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말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지면서 국민연금이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이어 이번에도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을 상정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말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첫 단계로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다는 내용을 내놨다.
엘리엇이 지난 11일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다른 주주들에게도 반대 권고를 하면서 분할합병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13일 기준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은 기아차(16.88%)를 비롯해 정몽구 회장(6.96%),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 등 30.17%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47.77%다.
표 대결이 임박해지면서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은 기아차에 이어 단일주주로는 두 번째로 높은 지분을 들고 있다. 국민연금이 개편안에 찬성한다면 현대차그룹은 40%가량의 우군을 등에 업고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학습효과에 쉽사리 찬성 방침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2년 전에는 절차적 정당성을 어기면서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찬성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합병안 가결 여부는 국민연금에 달려있다"며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통과 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엘리엇이 반대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과거 삼성물산 사례처럼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은 합병안이 부결된다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만큼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달 들어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디지털 클러스터 시장 진출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주가 상승을 유도해 합병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들 방안 모두 그룹 차원에서 지휘했으며, 앞으로도 현대모비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최대 관건 중 하나인 현대모비스 주가는 개편안이 발표된 3월28일 26만1000원에서 이달 11일 23만700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 10일에는 23만1500원까지 떨어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인 23만3429원을 밑돌았다. 이 같은 흐름이 임시 주총 전까지 계속될 경우 현대모비스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인 2조원을 넘어서 합병안이 무산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부품 및 AS 사업 부문이 없는 현대모비스의 미래 성장성에 의구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합병안 통과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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