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공판에 나와 손수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던 반면 두 번째 재판 당일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법조계에서 이 전 대통령이 본인 입맛에 맞춰 재판에 참여하려는 태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다스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에 예정된 재판에 출석하지 앉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는 이 전 대통령의 출석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앉아있기 곤란하면 퇴정 허가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또 다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교도관에 의한 인치 등 필요한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검찰의 서증 조사가 이뤄지는 재판에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며 선별적 재판 참여를 예고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은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건강이 안 좋은 상태임에도 교도관에 인치돼 재판 진행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자 재판부가 불출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재판을 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형사소송법 277조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돼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박 전 대통령처럼 아예 재판 출석을 거부하는 게 아니고 재판부가 피고인의 확인을 필요로 할 때는 출석하겠다며 재판부와 재판 출석에 대한 법률 해석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재판 출석에 대한 전면 거부나 선별적인 출석을 희망하는 것 모두 전직 대통령이기에 요구하고 있는 특혜라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때부터 재판을 거부하는 경우가 생겼고,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일반 국민들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을 경우 와병 중이지 않는 한 불출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범한 변호사들 역시 재판 불출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해 이런 전략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에 소속돼 있는 한 변호사 역시 “피고인의 태도가 양형에 참작되기 때문에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상 대부분 재판에 출석한다. 형사소송법 277조 역시 피고인에게 불리한 궐석재판을 최소화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라며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재판에 더욱 응하지 않으면서 정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목요일 오전 10시에 다시 이 전 대통령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 변호사는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하고 재판부의 재판 출석 명령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하면 지연이란 비난을 받을까 싶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 진행이 가능한지 물었다"며 "불출석 의사 표시를 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불출석 재판이 진행된다고 들어 그렇게 한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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