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정부가 조종사와 확인정비사(착륙 직후부터 이륙 전까지 항공기의 안전 등을 점검하는 사람) 등 항공전문인력의 국내 이직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항공업계와 충돌하고 있다. 항공전문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대형항공사와 그렇지 못한 저비용항공사 간 갈등도 빚어지는 등 파장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4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김포공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회의실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에어인천 등 9개 항공사 운항승무원 양성 주관부서 임원 및 담당자를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과 관련해 소집됐다. 국적 항공사 운항승무원 양성·수급 및 유출 방지와 관련해 각 항공사들의 의견을 받겠다는 취지였다.
국토부는 규칙 개정을 통해 전체 100점 만점(인천공항은 110점)의 국제항공운수권 평가 기준에 공정한 시장경쟁 확립 기여도를 신설하고 10점을 배정할 계획이다. 논란은 '항공전문인력(조종사, 확인정비사) 빼가기 적발 건수' 항목(2점)을 놓고 발생했다. 항공업계 다수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운항승무원을 제대로 대우해 줄 생각을 해야지, 왜 (유출을)막아달라고만 하냐고 항공사들에게 지적했다"며 "국토부가 규칙 개정을 추진하다가 논란이 이어지자 발을 빼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교육을 받고 있는 조종사. 사진/뉴시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 나아가 신규 진입을 시도하는 항공사들도 이 부분을 놓고 갈등을 빚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숙련된 인력이 많을 수밖에 없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이 조종사나 확인정비사 등의 유출을 막기 위해 규칙 개정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C를 중심으로 새 항공기를 대거 도입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숙련된 항공전문인력 확보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며 "국토부가 규제를 도입하려는 것도 대형항공사를 중심으로 압력과 요청이 있지 않았으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간담회는 항공사들로부터 규칙 개정과 관련한 의견을 받기 위한 자리였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해친다는 문제점 등이 제기된 만큼 항공사들의 의견을 규칙 개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지난달 28일 항공전문인력의 국내 이직을 제한하는 규칙 개정과 관련해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날 현재까지 2434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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