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이른바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사건들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전·현직 검사가 피고인인 사건에 대한 검찰의 비공개 심리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일반인이 피고인인 경우에는 흔치 않은 전체 비공개 심리가 결정되기도 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진행됐던 김모 부장검사의 항소심에서 검찰 측의 요청으로 공판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부장검사는 후배 여검사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이에 불복하고 항소심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요청에 “양형 부당과 법리 위주로 항소심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피해자 관련 내용을 심리하지 않을 것 같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은 “1심에서도 피고인 최후진술까지 비공개 결정했던 이유가 양형부당 이외 피해자와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와서였다”며 “증인신문이 아니어도 심리를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고, 피고인의 경우에도 충분한 변론을 하려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계속해서 강하게 비공개 심리를 요청했다. 공판은 결국 전체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에도 후배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 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장검사에 대한 공판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첫 공판 당시 검찰은 “피해자들이 언론에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아 심리를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모 전 부장검사 변호인 역시 이에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다음달 2일 시작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재판의 경우에도 검찰이 재판부에 비공개 재판 의견을 제시했다. 안 전 지사 측의 변론 내용이 대부분 피해자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라 모든 절차를 공개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미투 사건에서 피해자 변호를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검사나 피해자가 재판부에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을 요청하면 재판부가 그 여부를 결정한다”며 “피해자가 직접 재판부에 신청할 수도 있고, 항상 검사가 피해자 요구를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이 피해자의 요청 의사가 없어도 자체적으로 비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일반 피고인의 경우 모든 과정을 비공개로 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증인신문에 피해자가 나올 경우에는 비공개가 받아들여지지만 전체 비공개로 하는 건 거의 본 적 없다. 피고인이 같은 검사라 검사 측에서 더 보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투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폭로한 안태근 전 검사장의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돼, 공개 심리로 공판이 진행 중이다.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에 이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미투' 운동에 힘입어 검찰 조직에서도 그동안 숨겨져 있던 성추행 등 사건들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가해자들이 기소되더라도 검찰 측이 전체 비공개 심리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일반인 사건에서는 매우 드문 일로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8일 오전 서울지방검찰청 모습.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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