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우리 가입자를 빼 가는데 보고만 있을 순 없죠."
한 이동통신사 직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일회성으로 온라인에 살포되는 불법 지원금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걸 알지만 경쟁사들이 나선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해외 매출이 거의 없는 이통사들은 국내 시장이 가장 중요한 매출원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단말기에 관심을 보이는지, 어떤 서비스에 열광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만큼 경쟁사들의 요금제에도 민감하다. 경쟁사가 우리 회사보다 더 좋은 요금제를 내면 그보다 혜택을 늘린 유사한 요금제를 통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기존과 같은 요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같은 데이터를 더 저렴한 요금에 내놓는 것은 이통사에게 부담이다. 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피할 수 없다. 물론 소비자들은 즐겁다.
경쟁의 효과로 나온 것이 속도와 용량에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와 보편요금제다. 무제한 요금제는 지난 2월 LG유플러스가 포문을 열었다. 월 통신요금 8만8000원에 별도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나 속도 제한 없이 LTE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속도 제한이 있었던 예전 무제한 요금제와 다르다. KT가 5월 월 8만9000원에 속도와 용량 제한 없는 '데이터ON 요금제'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은 요금제 개편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도 시작됐다. KT는 5월 'LTE 베이직 요금제'를 내놨다. 월 3만3000원에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선택약정할인을 이용할 경우 월 통신요금은 2만4750원으로 낮아진다. 정부의 보편요금제보다 혜택이 크다. 알뜰폰 사업자들도 유심요금제를 앞세워 경쟁에 나섰다. CJ헬로는 월 1만9300원(제휴카드 사용시)에 데이터와 음성을 무제한(기본 제공량 소진시 속도제어)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놨다. 우체국 알뜰폰 판매 사업자인 큰사람은 이달 2일 월 1만4850원에 음성 200분·문자 100건·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이야기 보편1GB' 요금제를 출시했다.
문재인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시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율이 지난해 9월15일부터 기존 20%에서 25%로 상향됐다. 보편요금제는 국회 관문만을 남겨놓고 있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에 적극 나선 것은 이통 3사의 고착화된 시장에서 소비자 부담이 늘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고착화된 시장 구조를 풀면 된다. 그러면 경쟁은 자연스레 활성화된다. 규제 시장에서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경쟁 활성화가 어렵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책이나 제4이통사가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은 그래서 중요하다. 사업자들의 경쟁은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진다. 경쟁 없는 시장은 죽은 시장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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