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특허기술 녹인 '건면' 승부수…라면시장 주도권 굳힌다
업계 최초 '듀럼밀·중공법' 제조…내수 정체, '면 간편식'으로 돌파
2018-07-09 13:47:35 2018-07-09 13:47:48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농심이 국내 매출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건면'을 앞세워 간편식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농심의 제면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 '면 간편식' 제품과 경쟁하고, 침체된 라면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복안이다.
 
농심은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신제품 설명회를 열고 이탈리아 정통 스파게티의 맛을 그대로 담은 컵 스파게티 '스파게티 토마토'를 선보였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 2015년 중국 백산수 공장을 공개한 이후 농심이 미디어를 대상으로 처음 갖는 공식 행사자리다. 그만큼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농심은 지난 50여년간 라면시장을 이끌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면류 제품을 선보이며, 우동과 스파게티 등이 주종을 이루는 면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농심의 건면 제조 노하우가 있다. 건면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재료와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다양한 면 요리를 재현해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농심의 주된 전략이다.
 
이번에 선보인 '스파게티 토마토'는 용기면 형태로 보관과 조리 간편성을 극대화했다. 농심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과 조리 편의성은 타 간편식 제품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으로 꼽히는 요소"라며 "기존 간편식은 1인 가구나 주부 등이 주 타깃이지만 '스파게티 토마토'는 1020세대 소비자까지 품을 수 있는 제품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의 핵심은 '면'이다. 일반 라면과 달리 실제 스파게티면을 그대로 담았다. 농심은 스파게티 맛이 특유의 꼬들꼬들한 면식감에서 시작된다고 판단하고, 라면 업계 최초로 정통 스파게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듀럼밀(durum wheat)'을 재료로 선택했다.
 
듀럼밀은 밀가루 중에 가장 단단하면서 입자가 굵어 면이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동안 라면업계가 듀럼밀로 스파게티를 만들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다. 이같은 문제점 개선을 위해 농심은 면 가운데 얇은 구멍을 뚫는 중공면 제조 기술로 스파게티면을 구현해냈다. 면 중앙에 난 구멍은 면의 표면적을 1.5배 이상 넓히고, 구멍 사이로 뜨거운 물이 스며들게 해 면이 더 빨리 익게 한다. 또한, 국물이나 소스도 스며들게 돼 맛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이같은 중공면 제조 기술은 지난 2010년 농심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로 알려졌다.
 
한편 농심은 올해 들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제품군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1월 건면새우탕, 4월 양념치킨면 용기면, 6월 양념치킨면 봉지면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에도 신라면블랙사발, 특육개장큰사발면, 매콤너구보나라, 얼큰한토마토라면 등 제품 개발과 출시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농심의 이같은 행보는 국내 매출 정체와 무관치 않다. 국내에서 라면 수요 부진에 대응해 해외에서 라면 판매를 늘리며 선방하고 있지만 국내시장 정체는 여전한 숙제다. 실제 농심은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1조7816억원을 거두며, 2016년보다 0.7% 줄어들었다. 국내 매출이 2012년 1조9000억원대를 보였던 데서 1조7000억원대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농심의 지난해 기준 국내 매출 비중이 80.7%로 내수 의존도가 높으며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74.9%에 이른다는 점도 매출 회복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정간편식 증가 등 요인으로 라면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굵직한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국내 매출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며 "농심의 특허기술이 녹아든 건면 신제품을 계기로 간편시과 연계된 라면시장이 활성화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농심의 특허 기술이 집약된 '스파게티 토마토' 제품이미지. 사진/농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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