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국민이 직접 예산사업의 제안과 심사,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예산 제도가 참여 저조로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율이 저조할 뿐 아니라 일부 부처가 직원들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각 부처의 입맛대로 사업이 선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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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국민참여예산에 올라온 사업중 일부를 압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올해 처음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6개 사업에 422억원이 책정됐던 시범사업보다는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각 부처에서는 총 102개 사업에 1692억원을 요구했다.
문제는 최종적으로 수백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국민의 의견으로 보기에는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가령 국민이 제안한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찾아가는 화재취약계층 소방안전교육'은 3026표, 다음으로 '이웃과 함께 더 행복한 우리마을 만들기'는 2727표였다. 특히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미세먼지 마스크 지원 사업'과 '방사선 영향 평가' 관련 사업은 되레 하위권에 그쳤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표수를 보면 특정 부처가 자신들의 사업예산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직원들을 동원할 경우 충분히 상위권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국민들을 대변하는 사업으로 보기에는 참여율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특정 부처가 자신들의 사업 예산을 따내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부 부처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내세우는 것을 막기 위해 최종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는 전문가 평가를 비롯해 국민참여단에도 관련 내용을 설명한 후 설문조사 및 투표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참여도도 낮고 투표결과와 무관하게 최종 후보 선정과정에서 정부가 관여하는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모’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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