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편의점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전운이 감돈다. 한때 '편의점 천국'이라 불릴만큼 성장을 지속해온 시장이지만, 과도한 출점 경쟁으로 포화상태에 직면한데 이어 이제는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점주들이 들고 일어섰다. 정부와 점주 눈치를 살피는 본사들은 양쪽 사이에서 난감한 기색을 보인다.
GS25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등 국내 편의점 가맹점주 3만여명으로 구성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 결과에 따라 7만여 편의점의 동시 휴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들은 ▲최저임금 동결 ▲신용카드 수수료 구간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 ▲최저임금 업종별차등화 재논의 등을 요구했었다. 전편협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 편의점에 호소문과 현수막을 부착하고 7만 개 점포의 동시 휴업(오전 12시~오전 6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실제 최저임금 동결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편의점 점주들의 단체행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점주들은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 대응 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점주들은 이미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들의 월 평균 수익은 지난해 195만5000원에서 올해 130만2000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편의점 수익구조에서 인건비는 지난해 기준 41%나 됐다. 점주들은 국내 편의점 포화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추가적인 인건비 인상은 점포 매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경영난에 시달린 편의점 점주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오른 후 아르바이트 채용 대신 가족간 운영방식으로 바꾸거나, 심야 영업시간을 줄이는 등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한계상황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까지 고속성장하던 편의점 점포수는 올해부터 눈에 띄게 둔화됐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이 속출한 탓이다.
올 상반기 편의점 CU의 점포수 순증(개점수-폐점수)은 39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2개에 비해 급감했다. GS25의 경우 순증 점포수가 지난해 상반기 1048개에서 올해는 343개로 3분의 1 토막났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창업 메리트 감소가 신규 출점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수익성 악화로 인해 폐점이 평년의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시장이 구조적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편의점 본사 차원에서도 현실적인 가맹수수료 조율과 출점속도 조절, 점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본사들도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올 들어 고통분담 차원에서 상생방안을 실시하면서 비용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해 보인다.
한편으로 본사의 과도한 경쟁이 점주들의 수익성 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 십여년간 급격하게 늘었다. 올해는 이미 4만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확장은 점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본사들의 수익만 챙기려는 행태란 지적이다.
실제 점포당 매출은 떨어졌지만 많은 점포수를 바탕으로 편의점 본사들의 매출은 증가했다. 2006년 편의점 업계 매출은 4조 6800억원 정도였지만 2016년에는 19조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22조를 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본사의 수익이 보장받는 구조다.
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점포 포화상태에서 출점은 계속되니 근접출점 문제까지 겹쳐 점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본사가 기본적인 매출 수준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 가맹수수료와 출점속도 정비 문제, 치솟는 임대료에 대해서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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