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밥을 늦게 먹는다면서 어린아이에게 소리를 치고, 머리를 때린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 보육교사의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신씨는 2016년 5월 광주 서구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당시 4세였던 A양을 교실 내 화장실로 불러 큰소리를 치면서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과 이에 부합하는 다른 증거들을 토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머리를 때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의 나이, 피해자가 맞은 부위, 피해자가 피해 이후 보인 반응과 태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과 발달을 해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신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이 사건 당시 만 4세 8개월가량의 어린 나이라 하더라도 '어른으로부터 머리를 맞았다'는 단순한 경험 사실을 기억해 말하는 데에 특별한 장애가 있어 보이지는 않고, 어린이집에서 귀가할 무렵 어머니가 몰고 온 차량에 탑승한 즉시 '선생님으로부터 머리를 맞았다'면서 자발적으로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까지 어린이집을 가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으나, 이 사건 이후 위 어린이집을 가는 것을 꺼렸다"며 "평소 피고인에 대해 반감이 있었다는 등 피고인을 모함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때린 행위를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의 신체적 학대 행위로 인정하는 이상 이를 다시 같은 조 제5호의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신씨의 정서적 학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큰소리를 친 행위는 별개의 범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머리를 때리는 행위에 수반된 것이고, 시간적·장소적으로 밀착한 행위이므로 머리를 때리는 신체적 학대 행위에 흡수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설령 피고인이 큰소리를 친 행위를 머리를 때린 행위와 분리해 검토해 보더라도 그것이 독자적으로 피해자의 정신 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칠 정도의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2심은 신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면서도 신씨의 행위가 신체적 학대가 아닌 정서적 학대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를 교실 내 화장실로 부르고 큰소리를 치며,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때린 사실은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리게 된 경위와 그 방법,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과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반대로 "피고인의 행위는 만 4세에 불과했던 피해자에게 고립감과 공포심 등의 정서적 위해를 주기 충분해 보이고, 실제로 피해자는 화장실에서 나온 후에도 여러 차례 헛기침하면서 계속 우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이 사건 직후 다니던 어린이집을 옮겼고, 약 6개월 동안 심리치료를 받은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아동의 정신 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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