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산업위)가 신산업 규제개혁과 제도혁신을 위해 마련했던 해커톤이 최근 활동이 주춤하자 존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은 그동안 정부 관계부처를 비롯해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끝장토론 형식으로 열렸다. 1박2일 동안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규제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부터 3차례에 걸쳐 개최됐다.
4차산업위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의제에 대해 토론의 장을 더 자주 만들겠다며, 당초 반기에 한번 개최하려던 해커톤을 격월로 진행하는 등 규제개혁을 위한 해커톤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3차 해커톤이 개최된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활동이 없는 상태다. 앞서 규제 안건 선정, 관련 단체의 불참 등 진행 과정이 순조롭지 못해 해커톤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4차산업위 관계자는 15일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규제 이슈들을 정리하고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느라 일정이 늦춰졌다”며 “내부에서도 해커톤을 중요한 브랜드라 생각하는 만큼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4차산업위는 이달까지 준비를 마치고 9월 중으로 해커톤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4차산업위
이해관계가 첨예한 규제 문제를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해커톤에 대해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1·2차 해커톤에 참여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존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큰 틀에서 함께 논의할 기회가 없었고, 국회 세미나나 토론회가 열려도 각자 입장차만 확인하는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해커톤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유용한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해커톤 진행 과정에서 한계가 뚜렷했다는 평가다. 나아가 보다 실질적인 규제개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취지와 시도는 좋지만 실제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주긴 힘들 것”이라며 “출범 때부터 언급됐던 라이드쉐어링(승차공유) 문제도 택시업계 불참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하기엔 태생적으로 4차산업위 권한과 책임이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왔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핀테크 규제를 풀려면 금융위원회와, 승차공유 규제는 국토교통부와 조율이 필요하다”며 “4차산업위와 해커톤이 그와 같은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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