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오만한 태도를 갖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소 생채기가 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자사 차량이 팔릴 거라는 자신감이죠."
완성차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는 BMW를 비롯한 수입차 업계가 지금은 바짝 몸을 사리고 있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BMW는 지난달 26일 자발적 리콜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리콜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동안 BMW 행보를 보면 '자발적'과는 거리가 멀다. 차량 화재는 이미 3년 전에도 발생, 그 위험성을 알렸다. 올 초에도 차량 화재가 났지만 '소비자의 부주의 때문이다', 'BMW 차량이 많이 팔려서 화재도 많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면피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화재 사고가 급증하자 등 떠밀리듯 리콜을 결정했다.
BMW는 화재 원인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결함으로 지목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동일한 EGR 부품이 사용됐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차량 화재가 많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면서 "면밀한 원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BMW는 EGR 결함으로 몰면서 사태를 대충 수습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BMW 본사 임원이 화재 원인을 국내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이나 도로 환경 탓으로 돌린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면서 BMW 차주들의 분노는 집단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오만함을 보이는 건 BMW만이 아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3년 전 디젤 게이트 당시 미국에서는 적극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국내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올해 4월 기자회견에서 과거 사안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수차례 밝혔다. 이를 두고 국내 판매 재개를 앞두고 말 뿐인 사과라는 지적이 많았다.
아우디는 A3 파격할인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신형 A3 모델에 40% 대규모 할인 판매가 이뤄진다는 소문에 아우디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객들은 아우디가 노이즈마케팅만 즐기고 고객에 대한 책임은 소홀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2010년 9만여대에 불과했던 수입차 판매량은 2013년 15만6497대, 2014년 19만6359대로 빠른 속도로 늘더니, 2015년에는 24만390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7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한 16만627대로, 다시 한 번 연간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이 같은 흐름을 믿고 그들의 오만이 계속된다면 수입차 전성시대도 곧 막을 내릴 게 자명하다.
김재홍 산업1부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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