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통일, 점진적인 경제통합으로 경제격차 축소해야"
"북한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
"중국과 베트남 증권사 통해 북한 경제 정보 공유"
2018-09-04 06:00:00 2018-09-04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삼성증권은 지난 6월 유승민 수석연구위원을 팀장으로 하는 리서치센터 내 북한투자전략팀을 신설했다. 삼성증권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이 증권시장의 단기 테마를 넘어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발전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에는 세계적인 투자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삼성증권의 북한투자전략팀이 발간한 `한반도 CVIP의 시대로`라는 첫 보고서는 시장에 큰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뉴스토마토>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이슈 완화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를 연구하는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을 만나봤다.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달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북한투자전략팀장을 맡고 있다. 주식시장 투자전략을 총괄하는 투자전략팀장을 겸직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북한의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데 강점이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10여년 이상의 데이터, 네트워크을 축적하고 있다. 과거부터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슈는 해외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삼성증권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시장 분석에 가장 신뢰도 높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북한 관련 분석 요청도 많아 북한에 대한 분석을 내부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었다.
 
-북한 리서치팀이 생기게 된 계기는.
 
삼성증권은 최근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상황이 단기적 시장테마를 넘어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발전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중장기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리서치센터 내에 '북한투자전략팀'을 신설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개인 뿐 아니라 연기금, 해외기관 등 국내외 여러 투자자들의 정보 니즈가 폭증하고 있음에도 전담 리서치 조직이 없어 체계적 대응이 쉽지 않았다. 이번 전담팀 신설로 단순한 일회성 투자테마를 넘어 경협주도 성장시대에 맞는 새로운 중장기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중국 중신증권과 베트남 호치민증권을 통해 덩샤오핑이 주도했던 중국의 경제개방, ‘도이모이’로 상징되는 베트남 개혁 등 북한경제개발의 선행모델에 대한 정보를 공유 받을 수 있어 업계에서 가장 심도있는 북한경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에 대한 투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차원에서는 향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계별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개성공단 모델은 북한의 정부와 남한의 정부가 조율하는 사이에 남한의 기업이 투자를 했던 모델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점차 북한의 민관과 남한의 기업을 연결하는 직접 루트들이 많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며 이는 기업 입장에서 큰 비용이다.
 
예컨대 북한의 법제 등은 아직 시장경제를 충분히 수용할만큼 정비되지 못했다. 따라서 초기 북한 투자에는 남한 정부의 도움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개인차원에서는 아직 북한 관련 주식 또는 펀드 투자 등에 국한돼 투자경로가 다변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점차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향후 북한 투자의 비용조달에 있어서 민간의 역할이 결국 중요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개인들의 투자는 보다 성숙한 조건들이 갖춰진 이후에 수행하는 것이 필요히다.
 
또한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향후 1~2년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매우 중요한 기간이고 이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그러나 북한의 개혁, 개방은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성장에 따른 금융투자자산의 고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개인의 북한 관련 금융상품 투자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을 권고한다.
  
-통일비용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정확히는 통일비용보다 통합비용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즉 남북한 사이 ‘점진적’인 ‘경제통합’을 전제로 북한 재건비용을 추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때문에 우선은 경제통합이 가능한 수준까지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를 축소시키는 것이 목표다.
 
경제통합이란 2개 이상의 국가가 상호 부분적인 경제관계를 통일해 하나의 단일한 경제권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유로존 통합이 대표적 사례로, 참여국가의 경제적 후생 또는 편익 증대가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개별국가 사이의 규제와 장벽이 철폐돼 생산물,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다.
 
또한 단일 경제권이 형성돼 동일한 제도와 정책, 관행이 적용되는 경제공간의 통합이 이뤄지게 된다. 이런 경제통합 비용 계산은 내용적으로는 과거 통일비용 산정 방식과 같을 것이다. 즉 북한 주민의 소득을 남한의 일정수준에 도달시키고, 이를 위해 북한의 경제를 재건하는 데 소요되는 경제적 투자비용이 되는 것으로 말 그대로 투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일반적인 경제통합과 남북한의 경제통합은 다소 다를 수 있다. 정치적 통일 과정을 지향하는 부분 또는 하위요소로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는 경제통일 개념의 초기 단계가 경제통합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통일을 지향하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남북 간 경협 재개 및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는 즉시적 ‘흡수통일’보다 ‘점진적인 경제통합’이 유리하다. ‘비용은 크게 축소’되는 반면, ‘효익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해외자본들이 현재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한 경로로 해외 부문과 만남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자원, 인프라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는 향후 한반도의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는 해외자본이 북한 투자에 우리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즉 남북관계의 정치적, 안보적 걸림돌 때문에 국내자본의 북한 투자에는 제약이 많다. 그러나 해외자본은 철저히 실리 차원에서 북한 진출을 모색할 수 있고, 또한 우리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자본의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면도 있는 것이다.
 
-북한이 베트남을 모델로 개혁•개방할 것으로 보는지.
 
북한은 과거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 개방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어느 일방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자기식 개혁, 개방을 추구할 것이다.
 
즉 북한식을 의미한다. 실제 중국과 베트남의 모델을 연구함으로써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북한에 유리하다. 북한은 중국 및 베트남에 비해서 정치적, 대외적, 경제적 측면은 유리하지만 구조적 측면은 불리하다. 체제가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초기에 제한적인 지역과 산업 중심으로 개혁, 개방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과거 베트남이 추구했던 특구식 개방과 유사하다.
 
-남북경협주에 대한 생각은.
 
과거에 비해 남북 경협의 투자 위험은 하락했고, 기회 요인은 증가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정권 이후 시장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경제적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다. 한국은 인구노령화에 따른 저성장 구조 고착,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북한의 비핵화가 미진하고 이에 따라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하에 있다. 따라서 비핵화와 제재완화 이전에 남북경협주에 대한 투자는 신기루다. 그러나 이 조건이 해결된다면 향후 다양한 경로에서 투자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
 
초기에는 대체로 인프라 관련 건설, 발전(수력, 화력, 신재생)과 발전관련 설비(송배전선망, 기계 등), 철도·도로·항만 수요 등이 관심일 것이다. 이와 별도로 인도적 차원의 생필품, 의약품 지원이 예상되며, 또한 원산-금강산 지구 등을 중심으로 관광 관련 프로젝트의 수혜도 기대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 사진/삼성증권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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