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 '밀레니얼' 연구의 선봉
트랜드랩, 미래생활상 예측 집중…오딧세이·패밀리허브 등 성과
2018-09-05 16:39:16 2018-09-05 16:39:16
[런던=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최근 열린 몇 차례의 기자간담회에서 줄곧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를 강조했다. 시장의 판을 바꾸는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창조, 공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에서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SDE)는 김 사장의 이 같은 철학을 일선에서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세상을 바꾸는 세대나 트렌드에 집중해 삼성전자의 혁신에 앞장서고자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디자인 혁명'을 선언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양보다 질을 추구하기 위해 2001년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디자인 경영센터를 설립했다. 1991년 도쿄를 시작으로 전세계 주요 거점에 설립된 디자인 연구소는 현재 서울, 영국 런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 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지에 총 7개가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찾은 런던의 디자인연구소는 7곳의 연구소 중 유럽의 문화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집중 탐구한다. 런던의 상징인 금융가와 그리 멀지 않은 플리트 플레이스에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 4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이 삼성전자의 다른 해외 디자인 연구소들과 차별되는 점은 IT·가전과는 전혀 다른 건축·가구·인류학 등 다양한 영역의 트렌드를 분석해 미래 소비자 요구를 예측함으로써 전사 디자인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3년 연구소 내에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트렌드랩'을 만들고 인류 미래 생활상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까밀 해머러 SDE 트렌드랩장이 유럽디자인연구소 트렌드랩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트렌드랩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대상은 '밀레니얼 세대'다. 1981~1996년 사이의 출생자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 집단이다. 까밀 해머러 SDE 트렌드랩장은 "(밀레니얼 세대의) 행동이나 사고 방식은 어떤 세대와도 다르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고 소개했다.
 
이를테면, 최근 유럽의 젊은 세대는 음식과 먹는 것에 중독이 돼 있다. 그들의 인스타그램에 엄청난 수의 음식 사진이 업로드 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트렌드랩은 식사가 몰입감 있는 경험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주목, 가정의 중심이 거실에서 부엌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파악했다. 단순히 식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가족과 친구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 냉장고가 가족 소통 중심을 지향하면서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꾸며진 UX는 SDE의 인사이트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트렌드랩의 손길이 닿은 또 다른 대표 제품은 삼성전자의 게이밍 PC 브랜드 '오딧세이'다. 게임의 가상현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성별, 나이, 인종, 직업 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리서치 단계에서부터 고려했다. 펠리스 헤크 SDE 소장은 "브랜드 로고, 패키지, 마케팅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메시지를 주려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남성적인 게이밍 PC에서 탈피해 중성적인 느낌을 강화했고, '게임의 여정'이라는 콘셉트에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녹였다는 것. 전원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살아나는 듯한 느낌의 디테일까지 구현한 오딧세이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킨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SDE는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한 트렌드 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 개발에 계속해 매진할 계획이다. 여홍구 SDE 부소장은 "출시 예정인 구체적인 제품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밀레니얼과 관련한 제품들을 꾸준히 많이 보고 있다"며 "밀레니얼을 이해하는 일은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밀레니얼 연구는 나이에 따른 직선적 구분보다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유럽 지역 내 다양한 국가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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