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세계 최초의 폴더블(Foldable·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간 경쟁이 뜨겁다. 비슷한 사각형 틀 안에서 크기만 달라지는 디스플레이가 아닌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이다.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디스플레이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시장은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름잡고 있었다. 하지만 LCD는 화면 뒤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유닛(BLU)' 때문에 화면을 구부리는 가공이 불가능했다. 자연스럽게 시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기울어지고 있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형 유기물질로 폴더블을 구현해내기 위해선 필수다.
시대의 흐름이 LCD에서 OLED로 이동하자 바빠진 것은 글로벌 디스플레이패널 제조사 뿐만이 아니다. 부품을 납품하던 중소형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LCD 부품 사업을 하던 기업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면 난관에 빠진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파인텍(131760)의 상황도 그렇다. LCD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외형을 확장해왔지만 시장 변화 과정에서는 과도기를 보냈다.
‘BLU’ 사업 접고 ‘본딩’으로 사업 탈바꿈
2008년 설립된 파인텍은 국내 최초로 소형 BLU를 국산화한 기업이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스마트폰 기업과 중국 BOE, 재팬디스플레이(Japan Display)에 BLU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다. BLU는 LCD를 구성하는 부품으로 자체 발광력이 없는 LCD 패널 하부에 위치해 균일한 평면광을 조사시키는 광원장치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2015년 당당히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종합 디스플레이 모듈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파인텍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상장한 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2054억원, 114억원을 올렸지만 바로 다음해인 2016년엔 매출액 871억원, 영업이익 61억원으로 고꾸라졌다. 당기 순손실은 2016년 74억원에서 2017년 223억원으로 확대됐다. 2016년부터 시작된 LCD 산업의 경쟁은 심화되는데 점차 부품사업 시장이 축소되자 가동률이 급격히 감소했고 중국의 천진·동관·연대 공장과 베트남 공장에서는 고정비 부담이 심화됐다.
파인텍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과감히 BLU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주력 사업을 완전히 교체, 신규 사업을 추가해 변화에 들어갔다.
유찬일 파인텍 상무이사. 사진/신송희 기자
유찬일 파인텍 상무이사는 “회사의 주력 사업은 디스플레이 본딩 장비사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게 됐다”며 “그간 가동률 저하로 적자를 내던 중국 사업장은 철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BLU 사업의 매출비중은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94.2% 89.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나 2016년에는 74.8%까지 떨어졌고 2017년에는 중단하게 됐다.
현재는 디스플레이 본딩 사업을 확대해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본딩은 OLED 패널에 칩(Chip)이나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붙여주는 장비다. 본딩 장비로 2017년 기준 879억1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전체 매출의 71.9%를 차지할 만큼 주력 사업으로 확대했다.
유 이사는 “7인치 이상의 폴더블 본딩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본딩 관련 선두 업체의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면서 “우리 회사와 직접 연관된 디스플레이 전방 산업은 최근 OLED 관련 투자 계획을 늘릴 것으로 발표했고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도 설비를 증설하고 있어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파인텍은 하나의 설비에서 휘어지는 패널이나 일자형 패널 등을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다기능 복합 기능을 갖췄다. 이는 공간적 제약이 있는 공장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생산 효율도 끌어올렸다.
그는 “그간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본딩 장비 사업으로 사업 구조를 변화했다”며 “앞으로 전방 산업의 확대와 폴더블 등 기대되는 요소가 많아 실적 개선도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 부품사업으로 사업 다각화할 계획
회사의 부품 사업은 BLU를 정리하면서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LCD 모듈이나 터치스크린 모듈, 터치키, 전자가격표시기(ELS) 등의 부품 실적은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파인텍은 베트남 생산공장을 부품기지로 만들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와 지난 2016년에 차량용 터치시스템을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의 가전제품 회사인 월풀(Whirpool)과는 가전 계약을 체결해 오는 2020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파인텍 베트남 생산공장 전경. 사진/파인텍
유 이사는 “일본 모 기업과 소형 휴대기기 제조 서비스를 체결할 만큼 현재 베트남 공장에서는 다각도의 제품군과 고객군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자가격표시기기(ESL)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ESL은 LCD나 전자종이와 같은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제품의 이름, 가격, 용량 등의 정보를 보여주는 소형 디스플레이 기기다. 앞서 하나로마트와 시범 운영 계약을 체결했고 이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미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파인텍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0억원이다. 작년 1200억원 규모에서 소폭 감소했지만 이익을 극대화하고 내실을 다지고 있다. 회사의 주가는 이날 기준으로 2%대 하락한 3265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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