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의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주요 기업 총수들도 동행한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특별 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T는 황창규 회장이 이번 회담에 동행하진 않지만 대북 관련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남한 기업들의 대북 사업이 본격화되면 통신 시설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이통사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현지에 직원을 보내 각종 시설 구축 사업을 하려면 유·무선 통신 시설이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유·무선 통신 환경이 구축돼야 다른 사업을 펼칠 수 있다.
KT는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서의 사업 경험을 쌓았다. 지난 14일 문을 연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통신 시설 복구를 맡았다. KT 실무진은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과 함께 개성공단을 찾아 통신 시설을 둘러보고 재가동을 위해 필요한 것을 파악한 후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2005년 12월 KT 개성지사를 열고 남북을 연결하는 민간 통신망 700회선을 연결했다. 이후 10년간 개성공단에 직원을 상주시키며 입주 기업들의 통신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KT는 지난 5월 남북협력사업개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고 대북 사업을 준비 중이다. TF는 ▲대정부지원분과 ▲비즈니스모델·인프라분과 ▲그룹사분과 ▲지원분과 등 4개의 조직으로 구성됐다. 경영기획부문장인 구현모 사장이 TF장을 겸직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 7월 CR센터 산하에 남북협력기획팀을 신설하고 남북경협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망 구축은 철도, 도로 등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구축과 연계해 진행될 수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남북경협의 물꼬가 트이면 통신 시설 구축 외에도 이통사들이 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신 환경 구축과 함께 에너지 저장 및 활용 사업도 이통사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주요 생산시설이나 빌딩의 에너지를 생산·저장·소비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도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기업들에게 필수적이다.
KT는 에너지 통합관리 플랫폼 'KT-맥(MEG)'을 내세워 에너지 솔루션·서비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KT-맥은 공장·대형건물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건물의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낭비 요인을 파악해 비용을 절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공지능(AI) 분석엔진 'e-브레인'을 통해 에너지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설비 운영가이드도 제공한다. KT는 이달 11일 에너지를 포함한 보안·교통·안전 등의 서비스를 러시아 연해주의 스마트시티 구축에 적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도 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위한 열병합발전 시스템과 FEMS 솔루션을 구축했다. 울산공장은 하루 평균 6000여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번에 구축한 발전 시스템으로 생산하는 전력은 연간 1100만kWh로 예상된다. 요금으로 환산하면 약 20억원이다. LG유플러스는 한국에너지공단과 에너지절감 솔루션 보급 및 에너지측정 솔루션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통사들이 통신 시설 구축 및 에너지 대북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면 관련 장비 제조사들에게까지 기회가 돌아갈 전망이다. 이통사들은 통신망 구축 및 유지보수에 필요한 각종 기지국 장비와 소형 셀 등을 국내·외 제조사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통사들의 주가도 오르고 있다. 이통 3사의 주가는 1차 회담이 있었던 지난 4월27일과 2차 회담(5월26일)을 거쳐 꾸준히 상승세다. 이통 3사의 주가는 4월27일에 비해 SK텔레콤은 약 23.0%, KT는 9.8%, LG유플러스는 40.5%(이상 17일 종가기준) 상승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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