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학수고대 보람이라는 게 바로 오늘 같은 광경을 놓고 예로부터 쓰던 의사 표시라고 생각됩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19일 만수대의사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방북 경험이 있는 각 당 대표와 재회한 소회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국회의장격으로 우리측 여야 방북단보다 급이 높다. 이 자리엔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도 배석했다.
여야 방북단이 준비한 의제는 크게 2가지로, 남북 국회회담 연내 개최와 내년 3·1운동 100주년 행사 공동 준비다. 국회회담은 앞서 문희상 의장이 서신 전달을 통해 의사를 타진했고, 3·1운동 행사 공동준비는 남북 정상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국회회담 성사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해찬 선생과도 통신을 통해서 자료를 읽을 때마다 옛 추억에 잠기곤 했고, 정동영 선생과도 다른 동무들 통해서 들었는데, 남녘에서 지금 무슨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백의종군한다’고 그러더라”면서 “그래도 다시 원내로 복귀하셨기 때문에 우리와 손잡고 통일 위업을 성취하기 위해 매진하자고 했다”고 인사했다. 또 “정의당 대표 여사하고도 다시 만나게 되니까 아름다운 마음으로 더 뜨겁게 합심해서 통일 위업 성취해 매진해 나가자”라며 각 당 대표를 모두 언급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6.15 정상회담 하고 나서 잘 나가다가 그만 정권을 뺏기는 바람에 지난 11년 동안 아주 남북관계 단절이 돼가지고 여러 가지로 손실을 많이 봤다”면서 “이제 저희가 다시 집권을 했기 때문에 오늘 같은 좋은 기회가 다시 왔는데, 남북관계가 영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튼튼하게 이번에는 만들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다”고 말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김 상임위원장에게 “10년 전에 뵀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변함이 없다”면서 반가움을 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정동영) 선생 모습이나 이해찬 선생 모습이나 마찬가지”라면서 “통일 위업을 성취할 때까지는 영원한 이 모습대로 활기 있게 싸워 나가자”고 화답했다. 또 “이해찬 선생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 올라섰다는 희소식이 전파하자 다시금 통일의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리라는 신심을 가지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면담은 전날 불발된 안동춘 등과의 면담을 방문 인사 및 일정을 조정해 다시 개최한 것이다. 여야 방북단은 전날 면담 예정 시각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북측 면담자들은 영문을 모른 채 1시간여 대기하다 자리를 떠났다. 이와 관련 이해찬 대표는 “어제 정상회담 배석자 숫자가 갑자기 예상보다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장관님들이 이쪽에 합류를 했다. 당 대표들만 따로 만나려고 얘기했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 불발이 됐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찾은 여야 3당 대표가 1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위해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영남 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