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 실업자 수는
100만 명대를
8개월 연속 벗어나지 못하고
, 체감 청년실업률은
22.7%를 기록했다
. 일시적인 상황이라면 시간이 약이겠지만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
통계청의 ‘8월 산업동향활동’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전달보다 0.5% 증가했다. 지난 6월 감소에 이어 두 달 연속 반등세지만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모두 전달보다 하락하여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기지표들이 부진한 것은 설비투자·건설 부진과 고용 영향이 크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4%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신규취업자를 보면 지난 7월 5000명, 8월 3000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9월에는 아예 감소로 돌아설지 모르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의 상징이었던 ‘일자리 현황판’은 고용 쇼크가 이어지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더 심각하다. 소득주도성장과는 거꾸로 사회 불평등은 심화되고, 장사는 안 되고, 아이들 취직은 하늘에 별 따기이다. 자영업은 경기하강과 과다경쟁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익을 크게 앞지르는 임대료와 원재료비 상승, 인건비 부담 등으로 자영업계의 신음은 커져만 간다. 자영업의 구조조정은 상가의 공실률 증가로 나타난다. 올 2.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10.7%다. 비교적 공실률이 낮은 소규모 상가도 5.2%로 전기보다 0.5%포인트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임금 소득의 증가는 거북이 걸음이다. ‘7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6월 상용노동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22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의 증가는 없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최저생활도 유지하기 힘든 저임금노동자들이다. 통계청의 2017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2천7만4천명의 10.9%가 월 100만원 미만, 100만~200만원은 30.8%로 조사됐다. 전체 임금노동자 41.7%가 200만원 미만을 받고 일하고 있다.
임금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월급쟁이들의 부채 의존도는 더욱 심화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2018년 3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다. 이는 1년 전보다 2.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조사 대상 43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 홍콩에 이어 세 번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아파트값 폭등을 막기 위해 각종 대출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증가세를 막지 못 한 셈이다.
국민 대다수는 힘겨운 노동으로 최소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돈이 돈을 버는’ 자산 사회로 바뀌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지만 토지는 무려 3000배 올랐다. 그 동안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 6700조원 가운데 상위 1%가 무려 38%(2551조원), 상위 10%가 83%(5546조원)를 가져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난해 소득 천분위 자료(2016년 귀속)의 분석에 따르면 이자·배당소득의 격차는 근로소득보다 훨씬 더 심했다. 작년 한 해 상위 0.1%인 5만2083명의 이자소득 총액은 2조5078억원으로 전체의 17.79%를, 상위 0.1%인 8천915명의 배당소득 총액은 7조2896억원으로 전체의 51.75%를 각각 차지했다. 주식 보유 등 기업 투자에 따라 받는 돈인 배당소득의 경우 상위 0.1%가 국내 모든 배당소득의 절반 이상을 싹쓸이한 셈이다. 상위 0.1%의 1인당 평균 이자소득은 4천815만원, 상위 0.1%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은 8억1677억원에 달했다. 예금과 주식 등 자산이 적은 하위 10%는 지난해 고작 1인당 평균 28원의 이자와 79원의 배당을 받았을 뿐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불로소득으로 인한 소득격차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노동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할 때 사회 갈등도 줄어들게 된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행복할 수 없는 사회는 비정상적 사회이다.
지난 겨울 촛불혁명은 정치 민주화에 머무르지 않고 한발 더 나가 경제 민주화를 요구했다. 이제 한국사회 개혁 시즌 2가 시작되어야 한다. 경제 기득권세력의 세습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경제정책은 더 급진적이고 본질적인 개혁으로 나가야 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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