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항공주가 유가 상승과 태풍이란 이중악재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유가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고, 여기에 일본 전역을 강타한 제24호 태풍 ‘짜미’에 이어 25호 ‘콩레이’까지 북상하면서 여행 수요가 위축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주가가 52주 신저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7월 52주 신저가인 2만6600원을 기록한 이후 3만원을 돌파하지 못하고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4일 기준 0.18% 하락해 최저가 근처인 2만7200원으로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4215원에 마감해 7월4일 기록한 최저가(3950원)와는 6% 차이에 불과하다.
경영 리스크나 기타 악재를 제외하고도 항공주에서는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항공 운송 업체의 최대 위험요인인 고유가가 발목을 잡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1.18달러(1.6%) 상승한 76.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12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대비 배럴당 1.49달러(1.8%) 오른 86.29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2014년 말 이후 최고가다. 연말로 갈수록 유가는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내달 초부터가 시작되면 이란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항공업체의 수익성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고 말했다.
당장 대한항공의 3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신민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으로 연료비가 분기 8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라며 “4분기에도 연료비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대비 6.6% 감소한 3320억원으로 내다봤다.
저가항공사(LCC)도 울상이다.
티웨이항공(091810)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이날 장중 52주 신저가인 8970원을 기록했다.
진에어(272450)는 지난 4월 3만4300원까지 올랐지만 6개월 사이에 40%가량 하락하면서 2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 5월 5만원을 웃돌았던 제주항공 주가도 이날 3만5500원으로 마감한 상태다.
저가항공사의 주가 약세는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한 중형급 태풍인 ‘콩레이’가 북상하고 있어 여행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 이렇게까지 심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믿기 힘든 지진과 태풍 싸이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태풍 ‘제비’ 영향으로 간사이공항이 폐쇄됐고, 당시 일본향 매출 의존도가 높은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태풍이나 기타 자연재해의 경우 일본 노선이 많은 저가항공사의 우려가 크다”며 “유가는 항공사별로 유류 헷지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고, 현금보유 등 건전성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종목별로 차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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