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 심각한 기후변화 위협에 직면해 있다. 폭염, 폭우, 폭설, 한파, 한발(旱魃) 등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인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그 발생 빈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올해 여름, 한반도를 불지옥처럼 달구었던 폭염은 자연이 향후 재앙 수준의 역습을 예비하고 있다는 경고용 예고편과도 같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를 삼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한 인간의 활동 때문이다. 화석연료 중에서도 석탄발전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주범이자, 매년 8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초미세먼지의 주범이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침묵의 살인자인 초미세먼지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사망한다.
글로벌은 전력의 40%를, 우리나라는 전력의 46.2%를 이 석탄발전으로 생산한다. 때문에 기후변화의 효과적 저지와 보건을 위해 세계는 지금 석탄발전소의 조속한 폐기에 노력하고 있다. '탈석탄'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주도의 탈석탄 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이 2017년 11월 출범하기도 했다. 현재 29개 국가, 17개 지방정부, 28개 기업이 참여해 석탄발전 퇴출시한과 재생에너지 전력목표를 제시하는 등 이 동맹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거대한 지붕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이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사업에 사용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는 현재 145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다.
금융기관 등 투자자들도 '탈석탄', '탈화석연료', '재생에너지' 투자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자는 물론 가장 전통적이고 상업적인 주류 기관투자기관들도 석탄발전 불투자(不投資)와 재생에너지 투자를 선언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기존 석탄발전 투자도 철회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기관인 350.org의 프로젝트인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는 현재 985개 금융 및 투자기관이 화석연료 투자배제에 동참했으며,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6조2400억달러에 이른다.
세계는 지금 탈석탄 재생에너지로의 거대한 에너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석탄발전에 대한 전세계 시민사회의 비판과 규제강화, 재생에너지 촉진 정책과 기술발전 등으로 이 지각변동의 속도는 일반적인 전망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화석연료 전반에 드리워진 위기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은 시장가치가 대차대조표상의 가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아울러 석탄발전 관련 설비도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사장될 가능성 또한 크게 높아졌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될 운명의 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위험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은 더욱 그렇다. 세계적인 주류 금융기관들이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열차에 속속 탑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여전히 역사(驛舍) 밖에서 이를 외면하거나 서성거리고 있다. 오히려 국내 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한국 금융기관의 이러한 일반적 믿음과, 이에 근거한 석탄발전 투자 관행과 결별하고자 한다. 이 믿음은 단기적으로만 유효한 경제적 믿음이며, 우리나라 국민만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믿음이며, 저탄소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흐름을 읽지 못한 믿음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 인류 차원의 분투(奮鬪)를 외면하고 반하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금융은 우리 경제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석탄금융은 역사의 한 시기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지구 생태계의 공멸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가 되었다. 이는 부정하기 힘든 과학적 현실이다.
우리는 지구 공동체의 지속가능발전(Suatainable Development)과 관련한 문제에 눈을 감은 금융투자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믿는다.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적극 창출하거나 최소한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금융기관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또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이 확신의 토대에서 우리는 오늘 한국 금융기관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하고자 한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믿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투자 여정에 나서고자 한다. 이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에 부흥하는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늘의 선언이 한국에서 '탈석탄 금융'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발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한 걸음이 한국 금융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분기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의 모든 금융기관의 자발적 동참을 기대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이의 실행을 약속한다.
하나, 우리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인류의 공동 노력을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
하나, 우리는 석탄발전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임을 인식하고, 향후 국내외의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나, 우리는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투자에 노력한다.
2018년 10월 4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 이중흔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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