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1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불참했다.
카젬 사장은 참고인으로 채택됐지만 지난 8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날 국내에서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면서 어떤 일정을 소화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카젬 사장이 국감 불참을 위해 예정에 없던 일정을 서둘러 잡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산업위는 오는 29일 종합감사에 카젬 사장의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이날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날 국감에서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지엠이 일방적으로 생산법인과 연구개발(R&D)법인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와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5월 체결한 정상화 방안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지엠에 정부 공적자금이 8000억원이나 투입된 만큼 카젬 사장이 직접 국회에 나와 법인 분리 등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지부장은 "R&D 부문이 분리된다면 GM은 분리매각 또는 국내 철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다른 국가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노조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했는데 법인이 분리된다면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아 직원들의 권리가 침해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오는 19일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카젬 사장이 국감에 출석한다면 법적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아직 종합감사에 대한 출석을 요청받지 않아 출석 여부에 대해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10일 산자부 국감에 불참했다. 지난해 국감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지엠은 이달 4일 이사회를 개최해 디자인센터 및 기술연구소 등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고 주총에서도 의결해 연내에 신설법인 설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10일에는 R&D 부문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지엠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주식회사'를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 방안에 대해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며 반발해왔다. 최종적으로는 철수까지 의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측이 이사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키자 파업 수순을 밟으면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는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신청을 하고 15~16일 이틀간 쟁위행위 결의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법인 분리 사안 등을 논의할 노사특별교섭을 사측에 요청했다"면서 "사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으며, 노조 간부합동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쟁의 결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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